1백50여개 대학 총장이 참석한 2006년도 대교협 정기총회 및 전국 대학교 총장회의는 여러 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전국 2백3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데다 한국전문대학학장협의회(회장 홍우준 경민대 학장)가 한국사학법인연합회의 헌법소원 및 법률불복종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이미 지난달 21일 결의한 터였다. 이 때문에 사학법과 국립대 법인화 등 주요 교육정책 현안에 대한 대교협의 공식 입장을 정부측에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왔고, 그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병묵 경희대 총장은 이날 오후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의 대화가 끝난 후 “대교협의 공식적 의견을 모으기에는 충분한 토론이 안 됐고, 교육현안에 대한 개별 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쳤으면 한다. 대학 자율성 침해 등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대학측 입장이 반영돼 개정될 수 있도록 회장단과 집행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현청 대교협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회장단 회의 결과 이미 사회적으로 쟁점화 되어 있는 문제이고, 국·공립과 사립대가 함께 속해 있는 협의체에서 공식적 견해를 모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치적으로도 개정 사학법에 대한 견해가 엇갈려 있는 상황에서 자칫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등 공식 결의문 채택의 부작용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 김진표 부총리는 12일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개정 사학법에 대한 사립대 총장들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한명섭 기자 |
김 부총리는 “개정 사학법은 최초(2004년 10월) 제출된 안과는 달리 대학구성원 단체의 법제화를 유보하고, 개방형 이사의 결정은 최종적으로 대학 정관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전교조, 개방형 이사=교수노조 등 쟁점화 되면서 잘못 알려진 공식들을 머릿속에서 지워 주었으면 좋겠다”고 개정 사학법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다.
김 부총리는 “대학 평의원회 구성을 대학의 정관으로 정해 대학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사학법 시행령 개정위원회에 강하게 주문했다”며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는 길을 시행령 속에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사립대 총장들의 재개정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 부총리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남승의 홍익대 총장은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대학 구조개혁과 특성화 등을 총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시기인데 교수, 직원, 학생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인 대학평의원회가 심의기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재개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김 부총리와의 대화 후 따로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의 분과별 회의에서는 그 강도가 더욱 높았다. 특히 종교계 사립대들은 재개정 요구를 담은 공동 결의문 채택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정규남 광신대 총장은 “사학법이 시행되면 교수들이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지휘·감독이 어렵다”며 “사립대총장협의회 차원에서 재개정 요구를 만장일치로 결의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외식 감리교신학대 총장도 “종교계에서 설립한 ‘사학수호 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를 더욱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적으로 꾸려 재개정 요구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종교계 사립대는 아니지만 정홍섭 신라대 총장 역시 “총장 임기 제한의 문제 등 정치쟁점화 되면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부분들이 많다”며 “합리적으로 재개정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정 총장은 특히 “대학평의원회 의장을 총장이 맡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시행령 개정위원회에 들어오라는 정부 요청을 거부만 할 게 아니라 사립대 총장이 한명이라도 들어갔으면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립대총장협의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병묵 총장은 “이미 20여 차례 관계 기관에 개정 사학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집행부에 위임해 주면 사학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김 부총리와의 대화에 앞서 열린 고등교육현안문제 연구발표에서 김성영 성결대 총장은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한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자율성과 건학 이념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전문위 구성에 앞서 국민과 학부모, 학생에게 일부 사학 비리에 대한 사학의 자정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건전사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개정 사학법의 독소조항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사립대총장협의회가 중심이 돼 사학의 윤리선언 및 개정 사학법에 대한 입장을 대내외에 선포하자”고 제안했다.
결의문 채택이라는 총장들의 집단행동은 무산됐지만 개정 사학법이 불러온 후폭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