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께서 서울대 법대를 나오셨어요. 어려서부터 법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죠. 2지망으로 국어교육과에 합격해 13년간 교직에 있었는데, 인생 70이라 했을 때 이제 딱 절반을 지났어요. 더 미뤘다가는 못할 것 같아 도전했죠.”
김 교사는 재작년과 지난해 3학년 담임을 맡았다. 제자들 가르치는 한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했다. “회식 같은 데 빠지는 성격이 못 돼” 공부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 했다고 한다. “영어는 시간이 남았는데, 의외로 국어가 시간이 모자라 당황했어요. 점수를 보니 한 문제 틀렸더라고요.”
그렇다고 김 교사가 국어교사로서의 능력이 모자란다거나 회의를 느낀 것은 아니다. 고3 담임을 하던 2004년과 2005년에는 EBS에서 나온 ‘파이널 모의고사’를 썼다. 대한교과서와 두산동아출판사에서 교과서와 문학 참고서를 저술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2월에는 ‘문장 언어 구성능력의 발달 연구’란 논문으로 서울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논술지도가 그의 ‘주특기’이다.
“법 공부는 논리 공부라고 하잖아요. 교육현장에서도 뭐든지 관례대로 때우는 식이 많아요. 원칙이 세워져 있어 거기에 따라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두발검사만 해도 찾아보면 근거가 없어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한 번도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는데 논술시험을 친다는 것도 정당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요. 개인적으론, 지난해에 행정수도 위헌 판결 같은 걸 보면서 저 판결이 온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저 나름대로의 베이스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작용했고요.”
김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할 때 가르쳤던 제자도 이번에 광운대에 진학해 입학동기가 됐다. 혹시 제자들 입시지도 때와 자신이 원서를 낼 때의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합격 위주가 입시지도의 기본이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입시지도를 해 보면 제일 안타까울 때가, 1년 내내 무슨 과 가겠다고 하다가 점수가 조금 남으면 합격선이 더 높은 과에 원서를 내려고 해요. 물어보면 ‘점수가 아깝잖아요’ 그래요. 전 반대로 이렇게 되묻고 싶어요. ‘꿈이 아깝지 않니?’라고.”
제자랑 학교에서 마주치면 약간 어색할 것도 같다는 김 교사는 “법학 공부가 재밌을 것 같다. 수업 안 빠지고 공부 열심히 할 계획이다. 전공이 글쓰기니까 ‘법률문장 바로쓰기’ 같은 작업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입학생들 주는 거면 나도 달라”며 안내 책자가 든 노란봉투를 받아들고 김 교사는 입학식장으로 총총히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