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가 이렇게 의욕을 내는 데는 이 학교가 2003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행정 전문인’ 제도가 뒷배가 되고 있다. 장씨는 “이전에도 학원은 다녔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일치하는 것 같아 더 동기유발이 된다”고 말했다.
재계에 불고 있는 펀(fun) 경영에 눈 돌리는 대학이 늘고 있다. 펀 경영이란, 기업 경쟁력이 내부 고객, 즉 ‘사람’에게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을 바꾸어 나가는 전략.
이에 따라 대학들도 ‘직원 기 살리기’를 통한 역량 개발과 행정전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연구 분야가 대학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행정 시스템과 인력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역할에 따른 ‘권한’의 부재는 여전히 직원들의 동기유발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마다 직원 기 살리기 나서= 직원 연수 기회의 확대는 이미 진부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연수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해부터 외국 대학의 행정 시스템을 견학하는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를 방학 때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도 3년 전부터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외대학 벤치마킹’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고려대는 이와 함께 아직은 생소한 ‘행정 전문인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 사기를 돋우고 있다. 3년의 평가 기간을 거쳐 전문 인력으로 지정되면, 인사 전보 등을 별도 시스템에 의해 관리할 계획이다.
이 대학 이해룡 인력개발팀장은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대학행정도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며 “각자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안식년’에 해당하는 개념의 장기 연수도 도입 단계다. 성결대는 2002년부터 ‘직원 연구년제’라는 이름으로, 6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3개월~6개월 기간의 해외 직무 연수 기회를 주고 있다. 연세대 역시 2001년부터 최장 6개월의 ‘행정연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7명이 재충전의 기회를 가졌다. 고려대도 내년 3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연구 과제를 줘서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장려하기도 한다. 광운대 ‘행정관리개혁단’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자문위원회 성격인 행정관리개혁단은 위원 모두가 직원이라는 점도 보기 드문 사례지만, 실제 연구 과제를 맡아 결과물을 내는 것도 직원들이다. 이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나 직원 고과 및 근무 평정서 같은 것들이 행정관리개혁단의 공모를 통해 직원들이 만든 제도들이다.
이정연 광운대 총무처장은 “행정관리개혁단의 가장 큰 성과는 교육체계의 확립이다. 직원 경쟁력이 곧 대학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젊은 직원들의 경우 60% 이상이 대학원을 수료할 정도로 직원들의 자질도 향상되고 있다. 이들 직원의 힘이 곧 대학의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은 있고 ‘권한’은 없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학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책임’만 있지 역할에 따른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 전문인 제도와 관련해서도 고려대의 한 평직원은 “동기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대우 못지않게 ‘권한’을 실어주는 것은 여전히 숙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한 부재’는 이른바 ‘참정권’과 관련한 지적들이 많다. 정수안 광운대 노동조합 위원장은 “행정전문화와 직원위상강화를 위해서는 총장선출 과정에서의 직원 참여 문제나 직원 처장 확대 문제, 학교 내 각종 위원회의 직원 참여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부서마다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가 많지만 직원들은 간사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계획서는 직원이 작성하지만 단순 설명자에 그치는 것이다. 의사 결정 과정서 직원들의 참여 폭이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인욱 성균관대 노조 위원장은 “직원인사위원회나 예·결산 자문위원회에 직원 대표가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해도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마는 대학도 많다”며 “미국 대학처럼 교육·연구는 교수가, 행정은 직원이 맡는 시스템이 정착될 때 대학 경쟁력 강화와 행정전문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전문화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 장애도 있다. 대학마다 인력 활용에 여유가 없는 탓이다. 예컨대 미국 대학은 대체로 학생 대 직원 비율 2대 1, 교수 대 직원 비율 1대 2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대학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시행 3~4년이 지난 ‘안식월’ 제도의 수혜자가 대학마다 10명을 넘지 못하는 것도 업무 공백을 메워 줄 인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도 미국 대학처럼 직원들이 행정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될 날이 올 것인가. 유제욱 전국사립대학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교원 확보율이나 학생 정원 감축 등의 구조개혁이 끝나면 다음엔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행정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며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 20여개 대학의 컨설팅에 참여한 송인택 (주)씨큐아이(CQI)컨설팅 대표는 “직원들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