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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핑크컬러’ 시대, 여성인력 필수
여교수 3명을 통해 본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 가운데 여성 비중은 2001년 41.2%, 2002년 41.7%에서 2003년 45.2%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드디어 46%대에 진입했다(통계청). 컨설팅전문회사인 맥킨지는 한술 더 떠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의 취업률을 2010년까지 90%로 끌어올려야 한다”(2001년)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남성 중심 사회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았다는 말과 같다. 대표적인 전문인력 가운데 하나인 대학 교수도 마찬가지다. 보직교수 중 여교수 비율은 학과장을 포함해도 10%를 넘지 않는다.

류호경 밀양대 기획교류처장(식품환경공학부)과 조혜경 한성대 입학홍보처장(정보통신공학과), 목진자 전국여교수연합회장(단국대 교수, 언론영상학부)도 그런 ‘유리천장’과 ‘유리벽’을 뚫고 지금의 자리에 있는 여교수들이다. 3명의 여교수를 통해 21세기 여성리더십과 여성인력 활용의 한 단초를 읽어보고자 했다.

◆21세기는 3F의 시대= 지난 8월초 한성대 입학홍보처에는 낯선 풍경 하나가 연출됐다. 다른 부서로 옮기는 직원 2명을 위해 입학홍보처 직원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쓴 카드를 건넸다. 조 처장은 “거창하게 문화를 바꿨다고 하기엔 그렇고, 좀더 섬세하고 챙기고 정서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업무도 꼼꼼하게 챙기려고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섬세함과 치밀함은 21세기 여성 리더십의 첫 단추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그래서 21세기를 ‘3F’(Feeling, Fiction, Female)의 시대라 이름 붙였다. 지식기반사회, 정보화 사회에서는 섬세한 사고와 감성의 소유자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산업사회에서 횡행하던 ‘야합’과 ‘뒷거래’ 보다는 ‘원칙’과 ‘투명성’도 21세기형 리더십의 한 모습이다.

여교수로서 학과 구조조정과 부산대-밀양대 통합의 최 일선에 섰던 류호경 교수는 “처음엔 반발도 많았고, 통합이 깨질 위기도 있었지만 원칙대로 추진하려고 한 점, 진행과정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의견을 반영하려고 한 점들 때문에 나름대로 성과라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목진자 교수는 “윤리경영·도덕경영을 하면 수익률이 30% 올라간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다. 윤리·도덕경영 면에서 볼 때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맞다”고 강조했다. 목 교수는 “21세기는 감성과 창의력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핑크컬러’의 시대”라며 “여성인력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도 이에 대해 “사회가 노령화되고 출생률이 낮아지면 가용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인력이 필수적인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걸러지고, 소외되고. 첫경험이 중요= “예전 교무처장할 때 회의에 가 보면 전국에서 4~5명 정도만 여교수였다.”(류 교수) “서울지역 입학처장 협의회 가입학교가 45개인데, 여교수는 2명밖에 없다.”(조 교수)

많이 무뎌지긴 했어도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적 관행과 운영 시스템은 여전히 여성인력의 발목을 잡는 덫이다.

목 교수는 “교수 채용이 학과 중심이다 보니 다수인 남자 교수들이 여교수 뽑기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채용과정에서 걸러지니까 음대 간호대 가정대 외에는 여학장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목 교수는 “어렵게 들어가도 남자 교수가 다수인 분위기에서 소외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임용목표제로 들어간 지방 국립대 모 여교수가 자살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두 교수 생각도 마찬가지다. 류 교수는 “여자가 맡으면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험치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여자가 맡아서 성공적으로 잘 한다는…”이라고 말했고, 조 교수는 “취업담당자들이 야근도 많고 지방출장도 많으니까 대놓고 남학생을 보내 달라고 하기도 한다. 여성과 함께 일해 본 첫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기획처장과 교무처장에 임명되기에 앞서 선거로 뽑은 학부장을 한 경험이 있다. 신입생이 줄어들기 시작하던 때에 교무처장이 된 것도, 이어 기획처장에 오른 것도 “그냥 여자라서 정책적 배려에 의해 보직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교수협의회에서 현 총장과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일한 적이 있다”며 “입학처장에 임명한 것은 그 때의 경험도 작용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류 교수는 “실제로 맡겨 보니까 잘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여성인력이 주목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전문직 여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성 인력 활용 실태는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6.6%(2003%)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분포도 역시 30세 전후에서 아래로 푹 꺼지는 ‘M’자형 구조다. 한참 일할 나이에 경제활동을 접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과 육아 문제다. 오죽 했으면 방학 때 맞춰서 출산 계획을 세우는 여교수가 있을 정도다(목 교수).

류 교수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아이’였다. 자녀 양육 문제는 사회가 해결해 줘야 한다.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때 여성도 맘껏 능력을 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의식의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조 교수는 “어릴 때부터 암시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것이 깨져야 한다. 유치원에 가도 남자는 파랑, 여자는 초록색 모자를 준다. 불필요한 역할 구분을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것은 가부장적인 의식 변화인데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의 변화보다는 커가는 아이들, 청소년들을 교육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 아이들이 사회의 중심에 섰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양성평등이 이루어진 사회가 될 것이다.”(류 교수)

권형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5-10-08 오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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