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미달 알면서도 준칙주의 도입= 국회 교육위원회 최재성 의원(열린우리당)이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으로 발간한 ‘대학설립 준칙주의 10년’에 따르면,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지난 97년 이후 올 3월까지 설립된 학교 수는 모두 80개. 4년제 대학이 40곳, 대학원대학 34곳, 전문대학 9곳이다.
이에 따라 학생정원은 96년에 비해 7만3천2백91명이 늘었다. 2005년 현재 대학 및 전문대학 미충원 인원 7만5천52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설립이 무분별하게 증가하지만 않았어도 지금과 같은 심각한 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10년 전 이미 이러한 사태를 예감하고 있었다. 96년 ‘신교육체계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2003년 이후 대학신입생이 미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망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도입하고 정원 자율화 정책까지 시행했다고 최 의원은 주장했다.
최 의원은 “교육부가 요즘 대학간 통·폐합과 퇴출 등 구조조정 정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면서도, 올 들어 4년제인 신경대와 경북외국어대, 2년제인 김해대학의 설립을 인가해준 것은 준칙주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준칙주의가 부실 양산= 양적 팽창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준칙대학’의 상당수가 ‘부실대학’이라는 점이다. 4년제 대학 38곳 가운데 미충원률이 30%를 넘는 곳이 19개 대학에 달하고 6개 대학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다.
설립 당시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한의 기준마저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설립인가를 받은 대학이 10곳에 달했다. 10개 대학 중 1개 대학은 출발부터 ‘부실’이었던 셈이다.
97~2002년 설립된 49개교 중 법정 전임교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이 40곳이었다. 교지 확보율이 100% 미만인 대학은 6곳, 교사 확보율 100% 미만은 5곳으로 조사됐다. 97~2003년 설립된 58개교 중 2004년 현재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100% 미만인 대학은 36.2%(21개교)에 이른다. 준칙대학의 상당수가 운영 수입의 80% 이상을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지어 90%를 넘는 대학도 있었다.
같은 법인이나 설립자가 또 다른 대학을 신설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서류상 설립자를 내세워 대학설립을 인가받거나 법정전입금 한 푼 못 내던 법인도 버젓이 새 학교 설립을 인가받는 등 교육부도 부실대학 양산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준칙주의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일자 지난 7월 대학설립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키로 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대학 설립 당시부터 양질의 대학들만 설립될 수 있도록 준칙주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설립인가 이후 인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대학 운영자는 처벌해야 하는 등 설립인가 이후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