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콤보, 카메라폰 등 디지털 기기 융합 등 IT 관련 산업 분야에서의 ‘컨버전스(융합)’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학문 분야에서도 컨버전스가 뜨고 있다. 전통적 학과와 전공의 개념을 허물고 학제간 융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생명공학 및 IT 관련 분야. 대학별로 IT·BT·NT 융합을 통한 특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대학별 특성화 전략의 핵심이 모인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의 지원 과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차세대 바이오산업 인력양성을 위한 동물생명기반 기술융합(건국대)’, ‘다학제간 교육 및 연구기반구축을 통한 차세대 생명공학 선도그룹 육성(연세대)’, ‘포스트게놈시대의 생명공학 융합체제 구축(이화여대)’, ‘바이오 융합기술 연구체제 구축(서강대)’ 등을 주제로 해당 대학들은 관련 전공·학과·학부 단위를 재조정하고 있다.
서강대는 대학원과 학부에 바이오융합 관련 연계전공을 신설했고 이화여대는 약학·의학·화학·생물학 등 신약개발 관련 학과를 통합, 지난 98년 신설한 분자생명과학부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포스텍(포항공대)는 지난 2일 학제간 생명공학 협동과정인 ‘시스템생명공학부(I-Bio 프로그램)’를 개설했다. I-Bio 프로그램은 생명공학 분야 선도인력 양성과 융합 연구를 목표로 개설된 학제간 대학원 과정. 생물·물리·수학·화학·기계·신소재재료·컴퓨터공학 전공 등이 융합했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컨버전스 교육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생명공학부와 다른 학과에 이중으로 소속되는 ‘겸직발령제도(Split Appointment)’를 도입할 예정이다. 포스텍 관계자는 “앞으로는 신규채용 단계부터 컨버전스 교육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를 뽑겠다”며 “업적평가도 두개 분야에서 동시에 진행해 이에 걸맞는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남홍길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장은 “분해적 사고로 단편적․정성적 방법론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생명과학의 교육-연구 방법론은 현대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명현상의 이해 및 응용에서 이론적인 한계를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종합적 사고를 근거로 한 학제간 융합이 생명현상의 혁신적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는 자연대학·공과대학 등 과학기술 인재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과학기술경영 연계전공’을 지난해 신설, 학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과학기술경영의 이해’, ‘벤처와 기술경영’, ‘식스시그마 경영’, ‘지적재산권관리’ 등이 필수과목으로 구성됐다. 과학기술경영연계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한 학생에게는 본래 전공 외에 경영학사가 주어진다.
연세대와 숙명여대는 기존의 학문분야에 ‘리더십’ 개념을 더한 ‘리더십 연계전공’ 과정을 선보인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동시에 리더로 활동할 수 있을만한 학생들을 키우겠다는 것이 이 전공의 목표. 연세대는 특히 공공·기업·NGO·글로벌·문화 영역의 리더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도 최근 ‘실용화 국제화를 위한 학제적 인문교육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특성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학의 국제화 등이 주요 이슈. 이밖에도 일본학 연계전공, 중국문화 연계전공을 신설·운영하고 있으며 체육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스포츠경영도 신설했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강호상 서강대 기획처장은 “기존의 전공·학과 개념은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필요성보다는 일률적인 구분에 의해 나눠진 데다 전공별 이기주의 때문에 협조도 잘 되지 않았지만 최근 학과 개념을 뛰어넘은 시도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숙 이화여대 과학기술경영 연계전공 주임교수(환경)도 “사회적으로도 학제간 융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공계와 인문계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두세가지 이상의 학문이 모여 생기는 연계전공 등의 시도가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