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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학을 유치원으로 보나"
서울대 교수협 심포지엄 참가자들 정부 비난 한목소리
“정부는 지금 대학을 ‘대학’이 아니라 ‘유치원’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논술 가이드라인이나 내놓고 있지 않느냐.”

“최근 교육이 ‘정권적 수준의 정치화’되고 있다. 때문에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전반이 상당한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학 관련 정책들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장호완)가 지난 31일 개최한 ‘대학의 자율화는 진전되고 있는가’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대학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축사에 나선 정운찬 총장은 “대학의 자율성은 과거 고등교육법에 천명되고 많은 자율성이 확보돼 왔으나 이런저런 하위의 규정들이 아직도 잔존한다”며 “교육과 연구, 학교운영에서 더욱 포괄적인 자율성이 부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조발언을 맡은 이상주 성신여대 총장은 “대학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어 자율과 자유를 무한정으로 누린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희망”이라면서도 “서울대 논술 문제에 공권력이 개입한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지난 94년 서울대가 본고사 제2외국어에서 일본어를 제외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대학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들어 서울대의 손을 들어줬던 사례를 인용하며 “자율성은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임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또 “대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정부가 하나의 개혁안을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대학 스스로의 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입시 문제도 결국 수능이나 내신이 변별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고 연구비 문제는 연구책임자인 교수들이 보수를 받지 못하게 한 데에 문제가 있었다”며 “제도적으로 수능 등 요소에 대한 변별력을 확보하고 연구비 관련 조항도 합리화해 대학이 자율과 책무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은 정부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립대 총장선출을 선관위에 위탁하도록 한 개정 '교육공무원법'과 평의원회 구성에 학생과 지역대표 등을 참여토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대학 관련 법안을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관련 법안의 내용을 보면 대학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도 정당도 대학을 잘 모르면서 법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교수는 “대학의 전문성, 지역성 등 차이를 인정해야 함에도 정부는 모든 것을 획일화, 단순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대학을 ‘대학’이 아니고 ‘유치원’ 정도로 알고 논술 가이드라인이나 내놓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대학의 가치와 존재이유를 인정하고 대학에 권한을 위임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송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 회장은 “총장선거를 선관위에 위탁하는 내용의 개정 교육공무원법에 대해 9월 중순경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문안까지 성안했으며 효력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까지 함께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대학설립 준칙주의 등 그동안 교육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지적하고 “교육정책을 수립, 채택하는 업무에 전문직 인사들을 임기제로 영입해 장기적인 정책을 기획, 선택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명구 서울대 교수도 “대학 자율 문제의 핵심은 교육부”라며 “장기적으로 교육부는 폐지되고 대통령 직속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어 “최근 교육이 정권적 수준으로 정치화돼 훼손되고 있다”며 “현 정부는 ‘개혁정부’의 이름으로 대학의 시장포획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강래 의원(열린우리당)도 토론 참석자로 나섰으나 ‘일단 시행하고 오류를 보완하자’는 입장을 밝혀 교수들이 납득할만한 해법을 마련해주지는 못했는 평가다.

이 의원은 총장선거 선관위 위탁을 내용으로 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대해서는 “토론회 오기 전까지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몰랐다”며 “이 법안의 문제점이 의원들에게 인식됐다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총장선거를 앞둔 서울대가 우선적으로 진행해보고 정 문제가 된다면 개정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의원은 고등교육법 개정은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으며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국립대가 가야할 제도아닌가”라며 “교육부총리도 모든 대학을 동시에 법인화하겠다는 의지는 아닌 만큼 일단 시행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참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플로어에서 의견을 개진한 한 교수는 “자율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자율인가”라며 문제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대학은 교수들만의 것이 아니고 사회의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은 책임을 동반한다면 대학의 주인은 사회이듯 사회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평의원회 구성에 지역과 학생 참여 문제에 대해 “미국의 주립대학들은 대부분 총장 선출에도 지역주민이 참여한다”며 “대학의 자율성에는 학생들의 자율성도 인정돼야 하는데 우리는 지배구조 문제에 있어 이런 부분을 너무 간과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은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5-09-01 오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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