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전문 또래 상담사인 ‘초록천사’ 혜민이의 핸드폰 통화연결음이다. ‘왕따’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올 수많은 친구들에게 건네는 ‘초록천사’의 첫 인사.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의 목소리 만큼이나 고운 심성이다.
혜민이가 ‘초록천사’라는 아이디로 온·오프라인에서 학교폭력 상담을 해 온지도 벌써 3년, 상담건수만도 6백건이 넘었다. 1백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왕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결과 혜민이는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대상, 청와대의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받으며 학교폭력 전문 또래 상담사로 공인받았다.
혜민이도 한때는 왕따였다. 괴로움에 흉기자해를 시도하고 수첩에는 ‘살고싶지 않다’는 말을 써댔다. 하지만 이 혹독한 경험을 바탕으로 혜민이는 다른 친구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런 혜민이가 이제는 대학생이 된다. 지난해 11월 인제대 수시2학기 모집에 합격해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된 것. 이 사실을 어찌 알았는지 최근에는 대학생들도 상담을 요청해온다. 올해 들어서만 대학 내 폭력에 대한 상담전화를 8통이나 받았다. 대학에도 ‘폭력’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복학생이라면서 전화를 주셨어요. 군대 다녀오니까 상황이 달라져서 적응을 못하겠다고, 후배들이 왕따취급 한다고요. 하지만 아직 제가 대학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대학생과는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것 같아서 뾰족한 수를 내기가 힘들더라구요.”
고민을 들어주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직도 미안하다.
“너무도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젠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요. 하지만 원래 제 스타일은 화도 내고 그러는 건데 전문 상담사는 그러면 안된대요. 고민이에요.”
그러나 ‘또래’이건 아니건 혜민이의 학교폭력 상담사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새학기를 맞은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도움을 받아 난생 처음 새학기에 친구를 사귀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왕따’ 친구들과의 ‘펜팔’도 기획하고 있다. 이메일이나 전화 상담과는 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는, 기다리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편지쓰기로 새롭게 접근해 볼 생각이다. ‘가출청소년과 1대1 결연’을 맺을 계획이다. 부모와 사회의 냉랭한 시선 속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을 보살필 예정. 이들에 대한 의식변화를 요구하는 캠페인도 벌일 생각이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혜민이는 요즘 적잖은 걱정에 빠졌다. “선배들은 ‘1학년 때는 술 마시고 놀고, 2·3학년부터 공부하면 된다’는데, 대학생활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
그런 혜민에게 기자는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를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대학생활도 어렵잖게 풀어갈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