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병원파업 현황 = 의료계 총파업 닷새째를 맞은 지난 14일 대학병원 등 의료계는 아직까지는 큰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윤영규·보건의료노조)도 병원측과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14일 오후2시를 기해 고대안암병원, 서울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5개 대학병원 로비에서 진행 중이던 항의농성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파업기간이 길어지면서 병상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술연기, 외래 축소 등 불편사례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보건의료노조는 오늘 오후6시까지 사용자측이 문제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투쟁강도를 높이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은 현재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1천8백여명 중 4백여명이 파업 참여 중이다. 병원관계자에 따르면 파업 이후 병상가동률이 평소 90%에서 70%로 축소됐고 외래환자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급식 담당자들의 파업으로 행정담당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대신 배식을 담당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교대인력 부족으로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며 “외래진료나 입원환자 일반진료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수술연기·취소 조치가 잦아 환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송경훈씨는 “식사가 늦어지거나 간호사들이 자리에 없어 불편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술 일정이 미뤄져 불안해하며 퇴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외래환자는 “파업하는 모습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을 뿐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3백여명의 직원들이 파업에 참가했다. 병원측 관계자에 따르면 파업이후 입원환자가 1천4백명에서 1천1백50명 수준으로, 외래환자도 5천명 수준에서 4천명 미만으로 줄었다. 수납 및 검사대기 시간은 평소보다 최소 10분 이상 늘었다. 서울대병원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 긴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입원 및 진료를 취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가용인원을 2교대로 운영하고 입원 및 외래환자를 지금보다 더 줄일 계획. 일부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조기퇴원을 권고할 예정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 8백60여명 중 3백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병원운영에 차질은 없다.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은 노조방침에 따라 정상운영되고 있으며, 식당은 용역업체가 운영 중이어서 배식에도 문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정상적인 운영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등 주요대학 병원들이 파업사태를 겪고 있지만 연세의료원은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산하인 관계로 파업무풍지대. 전 분야 평소와 다름없이 가동되고 있으며 타 병원 파업에 따른 여파도 아직은 없다.
한편 이번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는 조합원 1만2천여명이 참여했으며, 각 대학별로 5백명에서 많게는 8백여명씩 합류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대학병원은 강원대·서울대·충남대·충북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 9곳, 경희의료원, 고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이화의료원, 강남성모병원, 아주대의료원, 조선대병원, 영남대의료원, 단국대의료원, 동아대의료원 등 사립대 병원 30곳 등. 이중 국립대 병원 9곳, 사립대 병원 29곳이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에 참여 중이다.
◆향후 전망 = 김성주 보건의료노조 선전국장은 “오늘까지 타결기미 없으면 고려대 노천극장의 파업대오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들을 5개 병원로비에 파견해 더 강력한 대대적 항의농성에 돌입할 것”이라며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산별교섭의 최대한 활용해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주5일제 등 5대 요구에 대해 결단하고 파업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말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사태가 악화될 경우 병원로비 농성단 규모는 현행 2배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 노사대책본부 관계자는 “워낙 양측의 입장차가 커 타결여부가 불투명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는 올해 산별교섭 첫 해를 맞아 △주5일 근무 △의료공공성 △비정규직 △임금인상(10.7%) 등 요구사항을 내걸고 노사협상에 나섰으나 ‘완전한 주5일 근무’, ‘주6일제 불가피’ 등 첨예한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은영·정성민·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