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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통폐합, 순항? 난항?
'졸속준비' 문제로 지적돼
통합 유인책 등 '동인' 강화해야
국립대학의 통합 선언이 봇물터지듯 하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국공립대학의 통폐합 선언, 숨가쁘게 지나온 지난 1년 국립대 통폐합의 공과를 이제는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 볼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본지는 그동안 정신없이 좇아왔던 국공립대 통폐합 논의를 일단 멈춤, 현재 상황과 보완할 점을 긴급점검했다.<관련기사 6면>

◆양해각서 불구 '지지부진'

경상대-창원대, 충남대-충북대 등 높은 관심 속에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징후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것. 통합대상 선정부터 밑그림까지 전반적인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통합 ‘선언’만 난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학 본부의 독주’,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이 통합 추진 대학 내외부에서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 이하 대교연)가 지난 2003년 국립대들이 교육부에 제출했던 ‘자체발전계획 추진실적 보고서’를 분석, 최근 공개한 데 따르면 요사이 추진되고 있는 국립대의 통합논의는 불과 2년 전에는 계획조차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강압에 무리수 비판

당시 보고서에는 통합방법 및 대상 등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잡혀 있었다는 것으로 대교연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대학발전에 대한 치밀한 전략 설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국고보조금을 무기로 실적 쌓기를 요구하고 있는 교육부의 강압에 의해 ‘억지춘향’식으로 추진되다”고 비난했다.

부산대는 당시 부경대 및 한국해양대와의 통합을 염두에 두면서 부산대·창원대·경상대·부경대·한국해양대와의 연합대학 체제 구축을 계획했다. 밀양대와의 통합 계획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상대는 “자체발전계획에 따라 창원대와 먼저 연합대학 체제를 구축한 후 양 대학의 합의에 따라 통합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계획. 반면 창원대는 “상호보완성이라는 측면에서 밀양대와의 일차적 통합대상이며 경상대가 자체 구조조정과 진주산업대 및 진주교대와의 통합을 완성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통합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대는 “내부 설문결과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점해 통·폐합을 점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느슨한 결합 모델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우선적으로 천안공업대학과의 통합추진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공주대, 공주교대, 한남대, 한밭대 등과 연계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충북대와의 통합을 고려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는 “교육부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다”며 “지금의 움직임은 구조의 본질을 완전히 비껴갔다”고 주장했다.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을 갖고 나오지 않는 이상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 게다가 이해당사자인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유인책마저 너무 보잘 것 없기 때문에 교수 등이 움직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2백억원 지원이니 하는 부분적인 조치가 아니고 학생, 시민들의 요구가 커져 교수를이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면 안되는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며 “교육부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교육부는 뭔가 하려고 하는데 교수들이 고집부려 안된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교수집단에게 전가하는 것이 그들이 노리는 효과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통합 아젠다가 있어야 한다

통합을 위한 ‘동인’ 부족 문제는 현재 국립대 통합 일선에서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는 보직자들에게서도 지적됐다.

김기민 창원대 기획협력처장은 “통합을 둘러싼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처장은 “인센티브의 경우 특별회계를 편성해 통합대학의 시설투자 등을 전폭 지원하는 등의 수준이 돼야 할 뿐 아니라 통합을 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디스인센티브까지도 뚜렷이 나와야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히 통합하면 지원한다는 식의 정책이 아닌 국립대 특성에 맞는 통합 아젠다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통폐합을 둘러싼 교육부 내 부처별 혼란도 통일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은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5-04-16 오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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