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원의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가 대학원에 모두 응축돼 있다”, “대학원 교육이 바로 서야 한국 교육이 바로 선다”고 거침없이 일갈한다.
교육마저도 저비용 고효율, 무한 경쟁의 경제원리가 움직이는 사회. 상대적으로 고비용 저효율로 여겨지는 대학원이, 몇 년이고 꾸준히 한 우물을 파야만 끝을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연구자들이 홀대받는 현상이 단지 대학원의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10개를 만들겠다”는 등 대학원 육성 방침을 밝히고는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요원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일환으로 대학원에도 메스를 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학원의 대응에 귀추가 모아지는 때다. 본지는 지령 5백호 특집을 맞아 대학원 위기와 극복방안을 긴급점검했다. <편집자>
| |
| ▲ 오늘날 대학원의 위기는 양적팽창에만 일관해 온 탓이라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대학원생들의 교육연구여건 개선과 질 관리에 매진할 때라고 경고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이화여대의 후기학위수여식 모습.(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 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
지난달 말 교육부는 오는 2009년까지 대학 정원 9만5천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의 양적 팽창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조치. 재정지원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든 교육부의 방침은 요즘 대학가 최대의 쟁점 사안이다.
그러나 구조개혁안 중점추진과제 중 맨 마지막으로 소개된 ‘대학원 구조개혁 추진’ 내용은 당시 언론과 대학 관계자의 눈길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었다. 이제 찬찬히 살펴보자.
교육부는 오는 2006년부터 대학원 평가를 실시, 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함과 동시에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학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학위에 대한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먼저 그동안 손 놓고 있던 대학원 평가시스템이 작동된다. 동시에 교육부는 최근 3년간 충원율 등을 감안해 과다한 정원을 조정하고 석·박사 설치·운영 조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문별로 자율적인 인증제도 실시해 재정지원과 연계한다. 이를 위해 평가전담기구인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제 범위에 대학원 정보 역시 포함돼 일반에 공개된다. 교육부는 학문분야별, 대학원 유형별로 내년에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오는 2006년부터 전임교원의 수, 전업학생 비율, 연구업적, 야간강의·시간강사 비율, 논문심사위원·자격기준 등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대학원 정보가 공시되면 수요자의 선택에 의해 교육여건이 낙후된 대학원은 자연스레 정리될 것으로 교육부는 내다보고 있다.
“대학원이 엄청나게 커졌다. 일반대학원은 물론이고 특수·전문대학원 최고위 과정이 계속 늘어났다. 사실 교수나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대학원을 만든 거 아니냐. 지금은 학생이 오지도 않고 전부 부담이 되고 있다. 웬만하면 박사학위 과정을 새로 만들려는 노력은 유보해 달라.”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지난달 31일 대학혁신포럼에 참석한 총장들에게 대학원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할 말이다. 팽창 일변도의 대학원 교육에 대한 교육부 수장의 인식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변변한 지도교수도 없고 채우지도 못하는 정원을 그대로 떠안고 있을 게 아니라 학문분야가 유사한 분야는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축소하는 등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게 교육당국의 판단이다.
교육부 박백범 고등교육정책과장은 “영국의 고등교육질보장기구(QAA)에서는 평가와 재정지원을 전담하고 있다”면서 “공학인증제처럼 학문분야별로 자율적인 협의체에서 인증을 해주면 정부재정지원과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평가원 설립과 관련, 이대열 평가지원과장은 “평가기구의 성격과 대교협 등 기존 평가기관과의 관계, 시행 시기 등에 대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원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규성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상명대 대학원장)은 “그동안 대학원을 방치해왔으면서 이제 와 평가하겠다는 데에 반대한다”며 “유예기간을 두고 대학원들이 자율적으로 정상화, 특성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후에 조정하라”고 주장했다.
백충현 전 서울대 대학원장은 “대학원은 학문에 대한 사명이 있다”며 “교육목표에 따라 대학이 주체가 돼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양희ㆍ김은영 기자 yangheeㆍkey02@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