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한약분쟁의 결과로 급조된 한약학과의 태생적 한계와 한약사 제도의 문제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한약학과는 한의사계와 약사계의 한약분쟁 끝에 한방의약분업제도 도입을 전제로 지난 96년 설립됐다. 그러나 한방의약분업 실시는 수차례 좌절된 상태. 그나마도 한의사와 약사들로부터 견제를 받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약학과 6년제 개편’ 논란은 2001년 집단 유급사태 등으로 누적돼 있던 한약학과 문제에 불을 당겼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약학과 6년제 요구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약학과 6년제 개편에 대한 타당성 연구 결과에 따라 6년제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6년제 전환 방침이 확정된 약대의 경우 90년대 초반부터 연구 및 의견수렴 절차를 겪어온 데 비해 한약학과 6년제 전환은 기초연구 및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타당성 연구 기간은 약 3개월 정도로 보고 있으며 연구가 끝난 내년 3월쯤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타당성 검토는 한약학과가 개설돼 있는 우석대 총장팀이 맡기로 해 결과도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강경하다. “복지부는 한약학과 6년제 개편 의견서를 즉각 교육부로 보내라”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지난 6월 정부의 약대 6년제 학제 개편방침이 발표됐지만 약대 소속인 한약학과는 배제됐다. 약대 6년제 공식 발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한약학과도 함께 6년제로 간다고 입장 표명했었다. 그러나 한의사와 약사 두 이익단체의 입김에 따라 한약학과는 배제됐다.”
‘한약학과 6년제와 한방의약분업을 위한 학생투쟁위’ 김현수 공동위원장(원광대4)은 “더 이상은 복지부를 믿을 수 없다”며 “복지부는 한약학과 6년제 개편 의견서를 즉각 교육부에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한방의약분업 도입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힐 것 △한약사들에 처해진 조제 제한을 풀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한약학과를 둘러싼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복지부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
복지부 관계자는 한약학과 6년제 입장을 번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견수렴 단계였을 뿐”이라며 “한약학과 6년제 문제는 지난 3월 한약학계 쪽에서 먼저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한방의약분업 도입에 대해서는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장기적으로 합의하자”는 입장. 한약사의 조제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단체들간 이권이 걸려있는 만큼 한약학·약학·한의학 등 보건의료관련 단체들이 참여한 협의회를 구성해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한약학과 사태가 학생들의 집단제적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학생들의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