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장무 총장과의 일문일답.
- 서울대 총장이 된 소회와 포부를 밝힌다면.
"한편 영광이지만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총장으로서 서울대가 21세기 지식혁명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하겠다. 이를 위해 교육연구 시스템을 혁신하고 재정을 확충하겠다. 세계 유명 대학과의 국제교류도 강화하겠다. 서울대와 우리 사회, 세계, 기업이 활발한 지적 교류를 이루도록 하겠다."
- 법인화 추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법인화에 상당히 장점이 많다. 우선 서울대는 재정상태가 굉장히 열악하다. 미국 UCLA, 도쿄대 등은 각각 연간예산규모가 3조원, 2조원 가량이다. 반면 서울대는 국고가 2,000억원, 기성회비 1,800억여원이다. 여기에 발전기급 수익금 약간을 포함하면 불과 4천억원에 그친다. 이런 재정으로는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없다. 이밖에 공대 석학평가에서 교육시스템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경직됐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확실한 재정적 지원과 대학의 자율성·유연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법인화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법인화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구성원의 합의를 거치겠다. 정부와도 상의해 이를 현명히 풀어가겠다. 이는 또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국립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국립대학과도 협의해 풀어가도록 하겠다."
-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크게 대두될만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첫번째는 법인화 이후 국가의 재정지원이다. 앞으로 서울대가 발전하려면 국가의 재정지원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제다. 이밖에도 서울대가 보유한 국유재산 문제 등이 남는데 법인화 되더라도 역시 국립대의 틀이 유지되기 때문에 정부와 상의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특히 교직원의 신분 변화 문제도 상의해야 한다."
- 그밖에 서울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뭔가.
"재정문제다. 특히 정부방침에 따라 학부정원을 대폭 감축했는데 이러다 보니 기성회 결손액이 매년 200억원 가량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국고지원은 한계가 있고 발전기금을 많이 모을 계획이다. 산학협동도 활용하겠다.
두번째로는 서울대의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는 등 국제화하는 것이다. 더 타임즈 평가에서 서울대가 93위, SCI논문수 평가로 31위에 오르는 등 국제적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국제화는 아직 미흡하다. 또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서울대가 되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기여를 더 높이고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 대학가에 구조개혁이 화두다. 서울대도 정원감축을 더 할 생각인가.
"정원감축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지난 99년 4900명이던 학생을 대폭(34%) 줄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약간의 역작용이 있었다. 일률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학과의 경우 교육의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조정할 계획이다. 10월 개교기념일까지 현황을 더 파악하고 구성원들과 상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
- 그 말은 규모 작은 학과끼리 통합도 가능하다는 건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학문의 벽이 높은 건 문제다. 사회는 지금 학문의 벽이 낮아지고 학문과 학문이 만나 융합되는 등 변화하고 있다. 서울대도 각 학과의 벽을 낮춰야 한다. 그렇다면 정원에 대한 개념도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 학부대학으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건가.
"학부대학이 장점 많다. 그러나 학부대학으로의 전환 이전에 학제간 협력에 의한 교육이 먼저다. 우리는 기초교육원을 신설, 교양중심교육과 학제간 교육프로그램을 제고앟고 있다. 학제간 교육과 연구를 대폭 활성화하는 게 우선이다. 학무대학이라는 개념은 학과간, 단과대학간 벽을 낮추는 최종단계일텐데, 이는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해야 한다."
- 조부 친일문제 논란이 있었는데.
"과거의 암울한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은 그분들이 아무리 훌륭한 분들이었다 하더라도 흠결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객관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논란이 있던 데 대해서는 유감이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이는 앞으로 제가 국립 서울대의 총장으로서 서울대를 민족의 대학,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대학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크게 발전시켜달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겠다."
- 정운찬 전 총장이 모금한 발전기금이 1600억원 가량이다. 이 총장께서는 3000억원을 약속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하버드대학은 발전기금이 25조원이다. 명문대학들은 대부분 수십조원의 발전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이제 겨우 3천억원이다. 획기적인 모금을 해야 한다. 이번에 서울대 개교 60주년을 맞아 대규모 모금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기금모금 자문회사에 의뢰한 결과 서울대가 2009년까지 2500억원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제 공약은 2010년가지 3천억원이니까 모금 목표는 적정하게 책정됐다고 본다. 앞으로는 소액이라도 동창회 네트워크를 이용해 모금을 시도하겠다. 이를 위해 전문화된 인력을 보충해 다양한 모금전략을 세우겠다."
- 발전기금 확충도 중요하지만 운용도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는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을 잘 해 기금을 대폭 확충한 사례가 많다. 앞으로 우리도 이렇게 가야할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대의 발전기금 총액이 3천억원밖에 안돼, 규모 자체가 적어서 문제다. 그런 방법들을 깊이 고민하겠다. 기금을 확충하고 운용의 효율화를 위한 전문인력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 2008학년도 입시 관련 변화는 없나.
"입시 뿐 아니라 교육은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충분한 기간을 두고 예고돼야 한다. 총장이나 보직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입시정책을 변화시켜 혼란을 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지난 7∼8년 동안 입시에 큰 변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지역균형선발, 과학고 등 특기자 선발, 농어촌학생·장애인·실업계고 등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전형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이를 계속 보완할 것이다."
- 정 전 총장은 3불 등 입시정책을 두고 정부와 마찰이 많았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입장은.
"정 총장이 문제 삼았던 것은 3불 정책을 떠나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자율성이다. 대학이 자율성을 확보해야 유연성도 보장되고 여러가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3불 정책에 대해서는, 대학은 속성상 우수 인재를 확보해 좋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잘못활용될 때 공교율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기여입학제를 실시하려면 사회가 투명해지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하기 때문에 좀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이다."
- 서울대를 떠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교수 처우가 문제인 것 같은데.
"훌륭한 교수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봉급과 교육·연구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 영국의 한 대학에 방문했을 때 타 대학의 훌륭한 교수를 모시면서 봉급만 올리는 게 아니라 연구지원을 위해 건물 한 동을 내주는 것을 봤다. 400만 파운드를 줘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함께 연구하던 포스닥도 같이 영입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 대학도 사립대가, 외국 대학이 갖는 유연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기금을 확충해 훌륭한 교수를 모시고 지원하겠다."
- 서울대의 국제화를 강조했는데, 외국인 교수·학생을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
"서울대는 현재 100여개 대학과 국제교류하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내년쯤 서울대가 세계 석학을 수십몇 초청해 하계강좌를 열 생각이다. 가칭 '세종인터네셔널캠퍼스'로 부를 예정인데, 해외 명문대학생들도 초청해 서울대 학생들과 같이 가르침을 받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 학문간 양극화도 심각하다.이 문제에 대한 복안이 있나.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국립대학이다. 사립대가 할 수 없는 기초학문분야, 반드시 필요한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기초학문이 기본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응용학문을 꽃피워야 한다. 학내에서도 이를 인문사회자연계열을 위시해 규모가 작지만 중요한 분야를 배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
서울대 뿐 아니라 모든 국립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다른 국립대와 연계하겠다. 사립대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