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그 예를 찾기 힘든 총장지배체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사장이나 이사회로부터 대학운영권을 위임받은 총장이 의사결정 전권을 발휘하는 1인 지배체제다.
그러나 이제 총장 1인 시대는 끝났다. 대학은 양적 팽창의 한계에 달했다. 곳곳에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관리하기에 총장 1인은 역부족이다.
최근 대학의 분권화 양상 중에 주목되는 것은 부총장직 세분화 경향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착돼 왔지만, 이는 단과대학 자율경영제와 캠퍼스별 독립채산제 도입 등과 맞물려 보다 확대되고 있다.
전국대학부총장협의회(회장 김경무 중앙대 부총장)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대학이 부총장제를 추가로 신설했다. 신설된 부총장직은 대개 특정업무를 전담하는 형태. 지난해 서강대에 신설된 ‘대외부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강대는 정관개정을 통해 지난해 9월 ‘대외부총장’직을 신설했다. 1대 대외부총장은 이우용 전 경영대학장이 맡았다. 이 부총장은 홍보·국제관계·발전기금 모금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기존에 총장과 대외협력처가 직접 논의, 처리하던 문제를 이제는 대외부총장 선에서 관리·조정한다.
모든 부문 업무를 관장하면서 총장을 보좌하던 ‘부총장’은 ‘교학부총장’이 돼 학사관련 업무에만 집중하게 됐다. 서광민 교학부총장은 “개개인 능력과 재능의 차이에 따라 관할업무를 구분하면서 행정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추세에 대해 김경무 중앙대 부총장은 “대학 규모가 커진만큼 역할 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중앙대도 단과대학 자율경영제 도입 이후 대외업무가 많아진 총장을 대신해 내부 업무를 주로 맡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부총장의 책임과 권한 수준이 미미해 ‘분권’을 거론하기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부총장은 그저 총장의 보좌역만 담당할 뿐이라는 인식도 남아있다.
학장의 권한 강화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학장들은 단과대학 자율경영제 도입과 함께 해당 대학 관련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안서규 경희대 경영대학장은 “과거 총장 1인체제 아래서 다층적인 보고체계를 거쳐야만 가능했던 일들을 비교적 간단히 추진한다”며 “예산의 80%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학장 임기도 없어졌다. 기존에는 2년씩이었지만 책임행정 실현 차원에서 학장 개개인의 능력과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기왕이면 능력있는 리더를 뽑자는 ‘학장공모제’도 논의되고 있다. 해당 대학교수만이 학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구성원의 의지와 능력, 가치를 살려주는 것이 조직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안 학장의 진단이다. 그의 말대로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다. 조직의 다양한 요구와 특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대학의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대학에 경제논리를 끌어들여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마다 특성은 천차만별이다. 각자의 특성에 맞는 제도를 정착하고 어떻게 운영해가는지는 모두가 풀어야할 숙제다.
<김은영·정성민 기자> key02·bestjsm@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