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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분권화 시대(2) 자율경영제 어디까지
연공서열 따른 학장선임 풍토 파괴
정부 간섭 없어야 단과대 자율경영제 정착
‘지방분권화’가 국가 운영의 대세라면 최근 대학 운영의 대세는 ‘단과대 자율경영제’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다. 중앙권력에 의존한 조직운영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경쟁력은 떨어지는 시스템이라는 게 대학 운영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대신 대학은 총장에게 집중돼 있던 각종 권력들을 나누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강화해 내부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단과대 자율경영제’다.

이미 해외대학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됐다. 학장들은 ‘小’총장으로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단과대학 운영을 책임진다. 학장업무 3분의 1은 펀드레이징, 단과대학별로 기획실·기금모금팀 등을 따로 두고 운영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연세대 총장선거 입후보자 전원이 단과대자율경영제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어 부쩍 높아진 관심도를 반영했다. 이밖에 중앙대 아주대 성균관대 고려대 등 대규모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달 1일부터 연세춘추, 출판부, 생활교육원, 대학교회, 어학원 등 그동안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해온 13개 기관을 시작으로 자율경영제를 실시했다. 새 총장 체제가 출범하는대로 단과대학에도 도입할 예정. 이르면 오는 2학기부터 공대, 의대, 경영대 등 응용학문 분야 먼저 시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세대는 지난해 말 상시적인 평가 기구(평가감사부)를 신설했다. 평가감사부는 단과대별 특성에 맞는 평가지표를 만들어 단과대 성적을 매긴다. 이 결과에 따라 대학은 순차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하게 된다.

연세대는 장기적으로 각 대학이 소요하는 비용을 스스로 충당하고 집행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단과대별로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교수연봉도 차별화할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교육원가분석, 교수 인센티브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기획실 문일 정책차장(화공)은 “평가지표는 경영상태 뿐 아니라 대학별 특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며 “응용학문 분야는 연구비수주액, SCI논문 게재수 등 실적을 정량화는 쪽으로, 순수학문 쪽은 사회적으로 반향이 있는 연구를 했는지 하는 부분에 비중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대는 박명수 총장의 강력한 의지로 지난 2001년 단과대 자율경영제를 도입했다. 학장들에게 예산·인사권 일부를 주고 학장리포트(Dean's Report)를 통해 결과를 평가한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특수대학원들은 경영성과에 따라 상당한 압력을 받는 수준이다.

중앙대는 올해 교내연구비 선정·집행권, 등록금 책정 등을 추가로 학장에 이양했다. 모든 학장에 교내연구비 선정·집행권을 부여하고 자체적으로 심사, 집행토록 했다. 등록금 자율 책정은 예술대학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학장의 인사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교수 선임시 학장의 의견 반영을 20% 선까지 인정하자는 의견이 발의돼 다음 학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학장리포트에서는 △교내외 연구비 수주 실적 △연구업적 △대학발전기금 모금 실적을 평가한다. 본부는 각 대학의 전년대비 성과에 주목하고, 평가결과는 아직 직접적인 예산증감으로 직결되기보다는 신임교원 TO를 늘려주거나 행정조교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부여된다.

김창수 기획조정실장(경영)에 따르면 중앙대는 단과대 자율경영제 실시한 이래로 연구실적이 70% 증가했고, 단과대별 발전기금 모금 실적도 높아졌다. 단과대별로 발전계획을 제시하고 소요예산 일부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대학본부의 대응자금을 요구하는 등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한 학장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연공서열 순으로 돌아가던 학장 선임 풍토도 달라졌다. 개혁적 경영마인드가 강조되면서 학장의 위치는 명예직에서 실질적 경영자로 선회하고 있다. 또 본부는 일부 학장들을 연임시켜 책임행정을 구현하고 나섰다.

자율경영체제 도입이 힘들 거라고 예상됐던 문과대학도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영근 문과대학장(불문)은 “단과대 자율경영제는 대학 발전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접근’”이라며 “문과대에서도 외부연구비 수주와 자체 발전기금 모금 등의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학장에 따르면 현 단계의 자율경영제는 아직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의 총액이 적고, 주어진 예산 대부분이 장학금 등 경직성 예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총장은 총괄 관리, 학장은 세부운영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단과대 자율경영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 인사권 외에도 단과대학별 교육프로그램 자율화를 완성하고, 예결산 공개를 통해 투명한 운영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단과대 자율경영제가 대학사회에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행정 운영을 지시, 규제하는 관치적 교육행정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일침도 있었다.

이성섭 숭실대 교수(무역)는 “더이상 지시적 행정을 통해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의 프로그램 발전을 대학에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재정보조 등 인센티브를 수반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평가를 통해 수혜대상기관을 결정하고 대학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4-04-10 오후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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