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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개강 스케치
3월3일 오전 8시40분 석계역 앞 건널목

녹색불이 켜지자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책을 들고 뛰는 학생들로 석계역 일대는 순식간에 북적인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석계역에서 1백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설치된 스쿨버스 정류장. 삼육대·서울여대·서울산업대 등 3개 대학의 통학버스가 대기하는 곳이다. 무리지어 도착한 학생들은 제각각 능숙하게 줄을 찾아 버스를 기다린다. 간혹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줄 맨 끝에 어색하게 자리를 잡는 학생들. 십중팔구 신입생이다. 먼저 도착했지만 자기 학교 줄을 찾다가 결국 뒤에 서게 된 신입생들의 억울한 표정이 재밌다는 듯 3~4학년 베테랑들의 시선은 신입생들을 좇는다.

9시5분 연세대 앞 건널목

빽빽이 인도에 서있던 인파들이 녹색불과 함께 차도로 밀려든다. 건널목 두배 남짓한 폭으로 펴져 우르르 길을 건넌 이들은 연세대 정문으로 잰걸음을 재촉한다.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개강을 알리는 플래카드 밑 백양로는 등교 길 학생들로 그득이다.

3월3일 오전 한국외대 도서관 정보검색실

컴퓨터는 온통 수강변경하는 학생들이 차지했다.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는 전화로, 메신저로 수강 정보를 교환하며 시간표 대수술에 여념이 없다.

“몇번 남지 않은 수강신청이라 특히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과목은 과감히 바꾸려고요.” 구민규군(정치외교4)은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강의계획서와 담당교수의 정보를 바탕으로 시간표 고치기에 나섰다.

본관에 위치한 교학과도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담당 직원들 앞에는 수강변경을 요구하며 떼를 쓰는 학생들, 수강정보를 묻고 또 묻는 학생들로 만원이다. 지난해 말 군에서 제대, 오랜만에 하는 수강신청이 영 낯선 정종현군(일본어3)은 오늘만 벌써 3번째 교학과를 방문했다.

12시경 연세대 학생식당 아름뜰

길게 늘어선 줄이 문밖까지 이어졌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온 학생들이 계속해서 줄을 잇는다. 막 도착한 한 팀, 남학생 선배 2명에 새내기로 보이는 4명의 여자 후배들이 쑥스러운 듯 동행했다.

식당 안은 빽빽이 앉아 식사하는 학생들, 자리가 나는대로 잽싸게 차지하고 앉는 학생들, 식판을 처리하는 학생들로 북적북적하다.

학교 밖 식당가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비슷한 시간 항공대 앞 중식·한식 전문 식당은 12시를 넘기자마자 만원이다. 들어왔다가는 자리만 휘익 둘러보고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식당 전화로 밀려드는 배달 주문. 식당 아줌마는 주문받느라 계산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학생회관 앞

연세대 학생회관 앞. 여기저기 회원을 끌어 모으려 나온 동아리들로 시끌벅적하다. 커다란 엠프 두개에 남학생 여럿이 나와 서성이는 팀은 록밴드 동아리, 인라인 묘기를 보여주는 팀도 있다. 한쪽에는 수화동아리가 노래에 맞춰 수화를 선보인다.

서울여대 학생서비스센터 앞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직접 써붙인 ‘전공서적 매매’ 광고문구가 한가득 붙었다. 강의명과 책 제목, 마지막에는 팔 사람의 휴대폰 번호가 크게 적혀있다.

연락이 닿은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교재를 교환한다. 한쪽에서는 휴대폰으로 ‘누구 맞냐? 지금 어디 있느냐’는 대화가 한창이다.

총학생회 하루

“등록금 인상을 반대한다”, “납부연기에 동참해 주세요”, “여러분의 총학생회에 힘을 실어주세요”

개강을 맞은 캠퍼스에 등록금 투쟁을 알리는 대자보나 플래카드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개강을 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납부연기, 등록금을 학교 측이 아닌 학생회로 입금하기, 서명운동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이로 인해 총학생회의 24시는 짧기만 하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더 많은 학생들이 납부연기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을 찾아 나선다. 그 동안 캠퍼스를 떠나 있었던 학생들이 개강을 맞이해 돌아왔기 때문에 부지런히 홍보를 해야 한다.

숭실대 총학생회 사무실에는 요즘 하루에도 수 십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로 총학생회 지로 납부방식에 대한 문의 전화이다.

총학생회는 등록금을 학생회 측으로 입금하도록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지로용지를 발급받아 학생들에게 일제히 배부했다.

또 가톨릭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 반대에 대한 학생들의 서명을 받기로 하고 지난 2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편 대부분의 대학 당국에서는 이 같은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화채널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는 오는 15일 학부모 및 학생 대상으로 등록금 책정에 대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도 활기 찾아

각 대학 홈페이지도 개강을 맞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개강을 전후로 가장 많은 게시물은 단연 수강관련 문의다. 수업내용에 대한 기본 질문은 물론, 수업시간을 교환하자는 제안까지 다양하다.

강의를 맡은 교수들의 비교·평가도 이뤄진다. 같은 제목의 강좌가 여러개 분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표적. “A교수가 나은가요, B교수가 나은가요?” 이미 해당 강좌를 들었던 선배들은 나름의 잣대로 A,B 교수를 비교·평가한 리플을 단다.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함께 과외지도를 받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 스터디그룹을 구성한다는 게시물과 휴·복학 등 학사에 관한 문의도 개강을 맞은 대학 홈페이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금강산서 남북 대학생 공동 새터 열어

오는 13일에는 금강산에서 남북 대학생 공동새터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남측 대학생 7백여명, 북측 대학생 1백여명이 각각 참가하며 기자단과 스태프, 공연단 등도 추가로 방북하게 된다.

학생들은 토론회를 열어 남북통일과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바꾸는 문제를 논의하며, 남북학생들이 자유롭게 섞여 함께 금강산에도 오를 예정이다.

김미경·김은영·정성민 기자

김은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4-03-06 오후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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