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연구 권위자로,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으로 전세계적 관심을 한몸에 받아온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둘러싸고 몰아쳤던 ‘난자 채취 의혹’태풍이 잦아들고 있다.
황 교수는 지난 24일 내·외신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서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여성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음을 시인했고,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세계줄기세포허브소장직과 각종 정부·사회 겸직을 벗고 백의종군하기로 했다.
그가 밝힌 내용이 의혹을 풀기에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최고의 위치에 섰던 과학자가 토로했던 연구과정의 절박함과 결과에 대한 환희, 돌이킬 수 없는 과오에 대한 후회는 ‘인간’ 황우석으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성이었다면 내 난자라도 뽑아 연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말로 황 교수는 당시 연구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매일 새벽 6시5분이면 핵심 연구원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험실에 모여 현미경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모든 정성을 기울였고, 연구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공개해 탄성을 자아내던 때는 ‘우리 대한민국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민족적 자신감’마저 맛보았다며 환희의 순간도 기억해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내게는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며 “지금쯤 내가 이 일을 시작해 똑같은 과정을 밟았더라면 이같은 오판이나 실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여 사태를 돌이킬 수 없음에 깊은 후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저의 능력이나 이룩한 결과에 비해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이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거만하고, 본분을 일탈하는 일이 있지 않았나 후회해본다”는 자성과 함께 자신의 미숙함으로 모처럼 찾아온 과학의 발전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과학계에 대한 파장도 우려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에 보답하기 위해 몇가지 숙제를 해결하고 가겠다”며 연구직은 이어가기로 했다. 마침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자발적 난자 기증운동이 확산되는 등 연구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는 때다.
황 교수의 말대로 “한 템포 늦춰 가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없었다”면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위기는 기회다. 생명의 비밀을 풀어내는 소중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