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일부 교수들은 대학본부의 독단적 행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견제세력으로 ‘교수협의회’를 발족ㆍ가동하기로 최근 결의했다.
교수협의회 1차 발기인은 엄영호 교수(경영) 등 66명. 이들은 지난 13일 ‘교수협의회 설립취지문’에서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대학본부가 대학을 황폐하게 만든 안타까운 상태에 도달했다”며 “대학의 교무행정 관련 사안들은 물론 본부와 재단에 대한 감시 기능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참여 교수들을 더 모아 개강 이후 정식총회를 갖고 움직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교수협의회 발족 배경..."본부 독단 못참겠다"
연세대는 지난 88년부터 교수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가 교수들의 의견수렴을 맡아왔다. 하지만 평의회 체제 15년만에 교수 직접 참여라는 또 다른 형태의 교수 집단인 ‘교수협의회’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서의 의사결정은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하지만 연세대 본부는 이 같은 교수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교수협의회 발족의 배경을 설명했다. 게다가 교수평의회가 그동안 교수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0년 전임 총장 시절 대학본부의 졸속행정에 대해 교수 2백여명이 ‘올바른 개혁을 원하는 교수들의 모임’을 꾸리고 농성 등을 벌이며 강력하게 항의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에도 본부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부의 비공개적 의사결정,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등에 대한 불만이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쌓여가고 있을 무렵 일어난 연신원 기습철거, 교수인사규정 개정 등 일련의 사건들이 불을 당긴 셈이었다.
특히 부교수 정년보장제 철폐 등의 내용을 담은 교원인사규정 개정은 결정적인 발화요인이 됐다.
◆논란의 핵심..."광역학부제, 연신원 기습철거, 교원인사규정 개정 등 대학운영 전반 문제"
교수협의회는 연세대 본부의 교육, 행정, 인사 측면 등 대학 운영 전반에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분야의 광역학부제, 연신원 기습철거류의 독단적 대학 행정, 교원인사규정 개정ㆍ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업적평가와 승봉심사제 등 인사제도 등이 지적된 사례다.
교수협의회는 그 중에서도 이번 교수들의 움직임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교원인사규정 개정’과 관련해 절차와 내용 모두를 문제 삼았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부교수 정년철폐 등 교원인사규정이 지난해 11월16일에 개정됐지만 이에 대한 사전ㆍ사후 공고는 전혀 없었다”며 “인사규정 개정사실을 교수들이 알게 된 것은 한 달이나 지난 12월 중순경으로 우연히 동료 교수 한명이 홈페이지에서 정관을 검색하다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인사에 관한 중요한 규정을 다루면서도 이해 당사자인 교수들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는 학장 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는 게 교수협의회 측의 전언이다.
2003학년도 1학기 신규 임용된 부교수들의 정년보장을 철폐하고 7년 기한으로 재임용하겠다는 결정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신임조교수들은 4~7년 후면 정년보장을 심사받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던 연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12년 동안을 정년보장을 받기 위한 단기 연구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교수들을 논문쓰는 기계로 삼겠다는 발상이다”는 입장이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제도의 장단점을 논의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학측 관계자는 “교수 인사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2000년부터 인사규정 개정 여부가 논의됐고 단과대학별로 의견수렴도 해 왔다. 교무위원회, 학장ㆍ교학부장 회의 등 행정조직을 통해 피드백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학장조차도 인사규정 개정 사실을 몰랐다는 교수협의회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학장협의회에서도 주요사항으로 몇 차례 보고했고,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학장이 있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맞섰다.
관계자는 “교수 개개인별 의사수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전 교무처장 시절 이 문제에 대해 전공별 의견수렴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단과대학은 정관 개정에 앞서 내부규정을 고치기도 했다”고 항변했다.
◆해결점 없나..."상호 신뢰 깨진 것 원인"
연세대를 비롯한 대학가에서 최근 교수집단과 대학본부의 갈등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교수들은 “독단적인 학사행정”이라고 비난하고 대학본부는 “교수들의 반발에 부딪혀 기획한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가 없다”는 것이 대개의 갈등 양상이다.
“그 동안 누적된 문제들 때문에 서로간 신뢰관계가 깨진 것이 원인이다”
연세대 한 교수의 지적이다. 이미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대학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들고 나와도 교수들은 악용의 소지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정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은 인적자원이 주체가 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교수들이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그렇듯 구성원들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대학과 교수 양측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상호보완의 역할을 위해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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