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계열 기준으로 지난 89년 1백27만원이던 대학 등록금이 2001년에는 4백12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는 56.1%에서 104.8%로 2배 가량(186.8%) 올랐지만 등록금 인상률은 322.5(인문사회)~374.13%(의치학)로 많게는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교육부의 2001학년도 대학등록금 현황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01년 등록금 최고액은 모 대학 의치학계열로 7백58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2002년 평균 등록금 인상률 10%, 2003년 평균 등록금 인상률 예상분 8%를 적용·산출한 결과 올해 등록금 최고액은 9백1만원으로 추정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이 추세로 사립대 등록금이 매년 인상된다면 앞으로 3~4년 안에 천만원대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지난 27일 숭실대에서 열린 ‘등록금 인상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에 나선 발제자들은 현 추세의 대학 등록금 인상은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립대 등록금 문제를 재정적 측면에서 분석한 황 연구원은 “사립대학 재정 운영의 문제점을 바로 잡으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서민의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로 교육부에 제출된 전국 1백37개 사립 일반대학의 예·결산서(2001년 회계연도 기준)를 분석했다.
◆ 과도한 이월적립금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분석에 따르면 사립대 재정운영 문제의 핵심은 “무리하게 남기고 있는 이월적립금의 문제”다. 대학과 법인들은 매년 등록금 인상분에 맞먹는 돈을 이월적립금으로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현재 국내 사립대 및 법인이 축적하고 있는 이월적립금은 4조4천1백65억원. 전국의 사립대와 법인이 한 해동안 지출한 금액(이월적립금 제외) 7조9천2백85억원의 절반(55.7%)을 넘는다. 단순히 계산하면 절반 이상의 사립대 및 법인이 1년 동안 아무 수입 없이도 재정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이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가 5천2백93억원(법인과 학교회계 누적이월적립금 합계)으로 월등히 많았다. 연세대는 이화여대의 절반가량인 2천8백29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경희대(2천5백5억원), 한양대(1천8백91억원), 청주대(1천4백억원), 고려대(1천3백4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표1 참고>
특히 일부 대학은 한 해의 지출총액보다 누적이월적립금으로 모아둔 돈이 2~3배나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현재 대학의 지출총액(특정기금 적립과 차기 이월금 제외)대비 각 대학에 누적돼 있는 이월적립금 비율을 비교한 결과 이화여대와 동덕여대는 지출총액의 3배가 넘는 돈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으며 청주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숭실대, 호남대, 숙명여대, 장신대, 홍익대, 한세대 등도 지출총액 100% 이상의 규모로 누적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막대한 이월적립금 누적은 불가피한가
집계에 따르면 2001년 한해에만 법인과 대학에서 남긴 이월적립금은 5천72억원 가량. 2001년 등록금 인상으로 얻은 수익 4천8백78억원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법인이 이월적립금을 학교에 적절히 투자하고, 학교도 이월적립금을 되도록 적게 쌓는 등의 노력이 수반된다면 과도한 등록금 인상은 억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들은 ‘장기발전’을 위해 이월적립금 누적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지만, 이 역시 방만한 예산편성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연구원은 “예·결산을 비교분석한 결과, 대학은 특정기금 운용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하는 대신 쓴 돈은 예산규모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대학들은 예산서에서 특정기금 4천3백10억원을 인출·집행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실제 인출한 금액은 3천2백57억원으로 1천52억이 줄었다. 하지만 적립현황은 반대였다. 당초 대학들의 적립 예상액은 2천4백28억원. 결산 결과 실제로는 3배나 많은 7천2백7억원을 남겼다.
◆ 학생들, 얼마나 돌려받고 있나
반면 교육여건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현재 대학의 수입현황을 살펴보면 등록금 의존률은 66.7%에 육박하고 있지만 법인전입금은 5.6%에 불과했다. 등록금 의존률은 지난 96년부터 66~69%를 맴돌면서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법인전입금 역시 지난 99년 7.1%로 늘어났던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5%대를 고수하는 수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
2001년 현재 대학 등록금과 직접교육비(운영지출총액+기자재구입비+집기비품구입비+도서구입비-입시관리비)를 비교해 교육비 환원율을 산출한 결과 116.7%로 최근 4년째 111~117% 사이를 제자리 걸음 하고 있을 뿐이다. <표2참고>
그중에서도 동덕여대, 서경대, 세명대, 수원대, 건양대, 성신여대 등은 2001년 교육비 환원율이 100% 미만이지만 이월적립금은 50억원 이상씩 남긴 대학으로 꼽혔다.
◆ 지속적인 등록금 인상, 대책은 없나
황 연구원은 “사립대학들이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고, 별도의 재원마련에 미온적인 이상 사립대 등록금을 대학 자율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물이 오른 ‘대학 자율화’에 대한 요구와는 전적으로 배치되는 경우다.
투명한 재정운영의 첫걸음인 ‘예결산 공개’ 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요대학로 분류되는 대학에서 조차 의무사항으로 돼 있는 예결산의 홈페이지 공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되풀이되는 등록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이 △등록금 책정과정 등 대학운영에 구성원 참여 보장 △예결산 등 정보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 △발전계획 현실성과 자금마련 방안 등 정확한 준거를 통한 예산편성 △법인 책임성 제고 등에 힘쓰고 정부와 사회의 교육재정, 기부금 확대 등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종 경쟁업자에게 재정이 공개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업은 결산서를 공개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회계는 아직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한 사립전문대 사무국장으로 6개월간 일하다가 대학 비리척결에 앞장서게 된 이상철 씨의 일침이다.
[관련기사 : 대학등록금 실태Ⅰ-"새정부 교육재정 확보 어떻게" ]
[관련기사 : 새학기 대학가 등록금 투쟁‘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