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교수 1백여명은 28일 오후 “국가보안법 폐지하여 민주개혁 실천하자”, “남북관계 역행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자”, “반인권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명동성당에서부터 종로 영풍문고까지 90여 분간 가두행진을 벌였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영풍문고 앞 정리집회에서 “4·19 당시 학생 신분으로 걸었던 광화문 거리를 국보법 폐지를 위해 다시 걷게 됐다”고 감회를 밝한뒤, “국가보안법이 다시는 이땅에 설 수 없도록 ‘폐지하라’가 아니라 ‘폐지하자’고 외치자”며 결의를 다졌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최근 국제회의석상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진보지식인들이 한국에 아직 국가보안법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더라”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수구와 보수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익 교수노조 위원장은 “한때 일본에서는 ‘캉꼬꾸(한국:韓國)와 강꼬꾸(감옥:監獄)’라는 말이 있었다(유음어를 이용한 말로 ‘한국은 감옥’이라는 뜻)”면서 “국보법 등 민주화를 위해 투쟁, 수감된 여러 분들 외에 감방 밖에서의 우리도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황 교수는 또 “지난 48년부터 우리를 옥죄여 온 국보법을 우리 손으로 철폐해야 한다”며 김원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교수단체 차원에서 그 책임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국보법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던 회고도 이어졌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지난 94년 한반도 전쟁위기 당시 ‘역사비평’에 ‘미국과 한국 전쟁’이라는 글을 발표했을 때 각주를 99개나 달고도 몇 번이나 자기검열을 해야 했다”면서 “아직도 글을 쓸 때마다 국보법 위반인지 아닌지 읽고 또 읽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으로부터 ‘국민이 가진 안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국보법 폐지’에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실제로는 북한 주도의 안보불안보다 미국 주도의 전쟁으로 인한 안보불안이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는 성명을 통해 “국보법은 수많은 통일 지향적 민족주의자들, 자유시민들, 진보적 학생들, 지식인들, 정치인들의 사상과 자유를 탄압해온 악법 중의 악법”이라면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선 것은 60년 가까운 지난 세월 우리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사회적 공포를 조장해 온 국보법을 연내에 축출하기 위함”이라고 이날 거리행진의 의미를 강조했다.
민교협은 이날 저녁 국회를 견제차 방문한 데 이어, 국회와 김원기 국회의장 공관 앞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보법 연내 폐지’ 집회, 농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