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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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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칼럼] 한풀이 문화의 덫
예전에는 이렇게 신록이 우거질 무렵이 되면 황해의 연평도에는

조깃배들이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 연평도에서 머지 않은 곳에

백령도가 있고 황해도 백석포가 있고 중국 무역선이 겁을 먹던 인당수가 있다.

인당수는 심청이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심청은 다시 살아나 명나라 황제의 비가 된다. 최고의 권세와 부를 누릴

수 있는 자리까지 가고 아버지의 눈도 뜨게 해준다. 모든 한을 소설이 다 풀어주는 것이다.

춘향이도 남원의 한 전설 속에서는 그렇게 죽었던 처녀다. 물론 변 +부사한테 모진 매를 맞고 옥사한 것이다. 그렇지만 소설 속에서는 +떠나버렸던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되돌아와서 원수 갚아주고 부부가

된다. 천하고 가난했고 억울하게 맞아죽기까지 했던 춘향의 한도 이렇게 +소설이 몽땅 풀어주게 되는 것이다.

장화와 홍련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계모 때문에 호수에 빠져 죽은 전설의 인물들이지만 소설에서는 원수갚고 다시 태어나서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적인 한국 고전의 공통점은 죽은 자들의 부활이며 동기는 한풀이다. 흥부전은 이같은 부활은 아니지만 +한풀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독하게 가난하다가 최고의 갑부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봤자 이것은 모두 소설일 뿐이다. 우리는

이같은 가상 현실을 통해서 한풀이를 하며 대리만족을 얻은 것 뿐이다.

그렇던 한국인이 20세기 후반기에 와서 마침내 대리만족 아닌 진짜 +한풀이를 하게 되었다. 집안 뼈대가 상놈이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되지 +말란 법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돈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마침내 한풀이는 소설의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권세에 억눌려 +한이 맺혔던 사람들이 권세를 잡았으니 이번에는 마음껏 권세를 누리며

한을 풀어 버릴밖에. 그래서 대통령이하 무슨 벼슬이든 힘쓰는 자리에만 +앉으면 미친 도깨비 쇠방망이 휘두르듯 야비한 지배자로 돌변하는버릇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감옥에도 잘 가고.

한편으로는 가난의 한을 그렇게 풀었다. 반미치광이처럼 돈을 쓰며 한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강대국 잉여자본이 놓은 덫에 걸려 IMF시대를 맞이한 것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자기 탓보다 강대국의덫을 원망하는 것은 어리석다.

짐승들도 덫이 있으면 피해 다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단 말일까?

김우종 칼럼 | 입력 : 98-05-04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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