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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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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칼럼] 억울하면 출세하랬더니
이몽룡은 상경한 후 단 2년만에 고등고시에 수석 합격하고 남원으로 내려가서 악당을 징벌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춘향을 구출해서 한양으로 돌아간다.

이 소설 속에서 이같은 극적인 해피엔딩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과거 제도다. 만일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16세에 아비 몰래 바람 피우다가 상경한 그 녀석이 겨우 2 년만에 암행어사의 높은 관직에 올라 지방 사또와 그 일당들을 육모방망이로 혼꾸멍을 내주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만일 상민계급이었다면 아무리 천재이며 아무리 억울함이 많아도 춘향이 옥사할 때까지 아무 힘도 써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고환을 가르고 궁중에 들어가 내시가 되는 사례가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 다. 양반한테 당하기만 하던 상놈이 그런 수모 안 당하려면 그 길밖에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마취제도 없이 고환을 가르는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러다가 식민지시대가 되자 얼마 후에는 조선인들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사법고시 치 고 판검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그것은 철저한 친일파의 길이었지만.

그리고 이 제도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해방 후부터는 친일파가 되는 길도 아니었으니까 이 제도야말로 학벌도 초월하고 계급도 초월해서 누구나 실력만있으면 판검사가되는 길이었기 때문에 실력 사회 또는 모든 인간의 평등권을 보장해 주는 가장 매력 있는 제도가 된 셈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농가에서 머슴의 자식으로 태어난 한 소년은 배고픔과 멸시 속에서 성장해 나가다 주인집 딸과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애초부터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나무였다.

그래서 처절한 슬픔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 버린 그는 얼마 후 아직도 젊은 나이인 데 검사로 출세해서 주인집 마당에 나타났다. 그리고 기다리던 아가씨를 데리고 상경 해 버렸다.

이렇게 야망을 품고 정열을 불태우며 도전해서 성취할 수 있는 높은산마루가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렇게 성취 가능한 목표가 있는 이상 아무도 가난해서 학교 못 가고 남한테 천대받아 억울하다고 비관 자살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데 억울해서 출세한다더니 출세 후에 남들 억울하게 만든 자들도 그속에 많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도 생기고. 로스쿨이 이런 것을 조금이라도 바꿔줄 제 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본지주필·문학평론가>

김우종 칼럼 | 입력 : 99-05-21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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