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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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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칼럼」- 금강산에서 춤춘 사람
일본 와세다대학의 의무라마쓰오 교수가 이용악의 시 『낡은 집』을 번역하다가 '저릅등'이 뭐냐고 내게 물어왔는데 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어연구소와 서울대 국문과 사무실에까지 꼭 알아내 달라고 부탁했지만 역시 그들도 실패했다. 그러다가 문득 김규동 시인이 +떠올랐다. 이용악과 김규동은 다 같이 함경북도 경성이 고향이다. '저릅등'이 그 고향에서 쓰는 어떤 사물의 명칭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김규동 시인에게 물었더니 짐작했던 대로 그가 정답을 +가르쳐주었다. 예전에 그의 고향에서는 밤이 되면 '겨릅등'으로 방 안을 +밝히고 지냈다는 것이다. 겨릅등은 껍질을 벗긴 길다란 삼대(마의 줄기, +겨릅대라고도 함)로 만든 조명기구다. 삼대(겨릅대)에 겨를 묻혀서 방과

방 사이 또는 방과 부엌 사이의 벽구멍에 끼운다. 그리고 양쪽 끝에 불을 +붙여서 어둠을 밝힌다. 한쪽이 많이 타 들어가면 그쪽으로 당기면서 길이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내 국어사전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구개음화되어서 겨릅등이 저릅등이 된 채로 시에 나왔으니 더욱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금강산까지의 관광여행길이 열린 후 나는 지금 80세에 다가선 김규성 시인의 「북에서 온 어머니의 편지」생각을 가끔 해 본다.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마디 말도 없이

어린애처럼 그저 울기만 하더라

고향의 어머니가 꿈 애기를 이렇게 써 보냈다는 내용을 담은 시다.

스물세살 때 훌쩍 고향을 떠났던 그가 오래간만에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를만나고 우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지나번에 금강산에 오른 어느

시인은 방송국의 카메라 앞에서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겨릅등으로 +불을 밝히는 함경도의 시인 김규동도 함경도 금강산에 가면 그렇게 춤을 출까?

아마도 머리가 돌지 않는 이상 그는 춤을 추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더라도 피눈물부터 날 뿐만 아니라 굶어 죽어가면서도 그렇게 만든 +지배자들에게 무조건 박수만 치고 살아야 하는 지옥의 땅에 가서 어떻게 신바람이 나서 춤을 출 수 있을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그 +시인만큼은 배불리 먹은 시인만큼은 배불리 먹은 식후라서 그렇게 남들이야 곁에서 굶어죽고 있든 말든 흥이 났던 모양이다.

김우종 칼럼 | 입력 : 98-12-16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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