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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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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칼럼] 추락한 애벌레들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에는 많은 애벌레들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하늘 꼭대기를 동경한다. 그곳까지만 올라가면 그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서로 뒤엉키며 밟고 밀치고 끊임없이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그러나 구름 위의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한 벌레들은 거기서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한다. 그곳은 빈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 오르기 위해 서로 밟고 밀치고 친구들까지 +배반하며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씨티은행 명동지점장이 동작대교 남단의 한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해버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나이가 36세니까 파격적인 출세인 셈이다. 세계적인 외국계 은행일 +뿐만 아니라 명동 지점장은 그 중에서도 노른자위라고 한다.

여기에 그렇게 젊은 나이로 정상까지 올라갔으니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건강도 망치지 않았을까?

그 꼭대기는 소설 속의 애벌레들이 올라간 꼭대기와 비슷하지만 보통사람들의 가치기준으로 보자면 그 자리는 결코 '빈탕'은 아니다. 거기에는 돈도 있고 세속적인 명예도 있으며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것이 지니는 위력은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서 이것이 없으면 설움받는다.

가난하면 멸시의 대상이 되기 쉽고 한 단계만 계급이 올라가도 몸에 힘주고 사람이 달라지기 쉬운 곳이 우리 나라다. 이런 사회풍토 속에서 +트리나 포올러스가 말하는 정상의 허무와 환상론은 설득력이 없다. 우선 +출세하고 보자는 도전의식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이며 정상적인 가치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꼭대기 자리에 아무리 좋은 돈과 명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은 또 너무 위험한 자리가 아닐까?

에베레스트 산정은 한번 정복한 다음에는 내려오는 것이 차례다. 내려오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해준다. 그런데 사회적 출세의 +정상은 그렇지 않다. 지점장 하다가 힘이 들어서 말단으로 내려 올 수는 없지 않나?

교수들 중에도 가끔 그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년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도 그 중의 하나다. 그곳이 교수보다 더 높은 자리인지 아닌지 확실치도 않지만 혹시 공연한 실수로 위험한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본지주필·문학평론가)

김우종 칼럼 | 입력 : 99-10-22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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