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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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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문화칼럼]「달수」의 병역
손창섭의 소설『혈서』에는 병역기피자로 몰리는 대학생 달수가 나온다. 1955년작이니까 한반도가 초토화되고 아직도 화약냄새와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던 무렵이다.

"그럼 내가 군대에 나가기 싫어서 학교에 간단 말이냐?"
"그렇지 뭐야...팔자에 없는 대학을 뭐하러 다니는 거야?"
"공부하러 다니지 뭐하러 다녀."
"공부?"

대학생 달수를 몰아치던 준석은 공부라는 대답에 그만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친 사람처럼 웃어 버린다. 달수를 병역기피자요 나라의 적이라고 몰아세우던 준석은 마침내 달수에게 군입대를 맹세하는 혈서를 쓰라고 협박한다.

"자 무턱, 어서 손가락을 내놔. 이 자식 못 내놓을 테냐? 싫단 말이야? 그러면 이걸로 네 모가지를 뎅겅..."

식칼을 든 준석의 협박에 못이겨 달수는 마침내 도마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그 손가락은 뎅겅 잘려 나가 버린다.

이 끔찍한 장면은 물론 손창섭이 그려낸 허구의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50년대라는 불행한 현실에서 겨우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이같은

사건 설정에 결코 무리가 없음을 이해할 것이다. 6.25는 그처럼 머리들이 돌아버리지 않고는 배겨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달수는 특히 억울한 피해자다. 그는 병역기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역기피자라고 하더라도 병무청장도 아닌 준석이 간섭하고 나설 자리도 아닌데 군입대를 맹세하는 혈서를 쓰게 하려고 손가락까지 잘라버린다.

그렇지만 기피자냐 아니냐를 떠나서 준석의 돌출행동은 무조건 이유없는 폭력만은 아닌 성격을 지닌다. 중공군 때문에 다리 불구자가 돼버리고 +절망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준석으로서는 온 세상에 대하여 증오의 감정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달수가 표적이 되고

있는 이유는 그가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라는 것은 그에게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준석에겐 그게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생은 병역이 연기된다. 남들은 총맞고 죽어가는데 대학생들은 군대에도 안나가고 또

출세해서 뽐낼 사람들이니 준석은 그를 볼 때마다 미워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도 자주 논의되는 병역 문제 역시 애국론 이전에 어쩌면 이같은 +감정이 계층적 갈등의식으로 진하게 엉켜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본지 주필 / 문학평론가 -

김우종 칼럼 | 입력 : 97-09-22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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