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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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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문화칼럼] 이 가을에 사라진 시인
30년대 순수문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은 누구보다도 정지용이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세월은 흘렀어도 그의 시는 노래가 되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순수문학파라고 한다면 문학에서 사상성이나 목적성이나 사회성을 모두 빼버리자고 한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순수문학의 이론은 큰 모순을 +지닌다. 그것이 일제시대에 민족의식도 빼버리고 애국적 목적의식도 빼버리고 사회현실에는 눈을 감아버리는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문학파 중에서 누구보다도 대표적이었던 정지용을 보면 이런 비난은 그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왜냐면 비록 현실참여적 정신은

시속에 없더라도 우리말이 말살되고 있던 그 무렵에 정지용만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내어서 시문학의 품격을 높인 시인도 없기 때문이다.

이 시인이 월북이냐 납북이냐의 문제를 일으키게 된 사건은 47년전 이때쯤에 해당된다.

반세기전 9.28 수복 때를, 우리는 서울을 다시 탈환하고 중앙청에

태극기를 꽂는 감격의 날로 기억해두고 있지만 사실은 수복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좌익에 의해 학살된 것이 밝혀지고 동시에 이번에는 또 이쪽에 의해서 보복성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시기다.

만일 정지용이 미리 피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이때 비명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가버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미리 북으로 피했다면 그것은 자진 월북이다.

그러나 그는 빨갱이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유명시인이요,

교수로서 납북되어갔을 수도 있다. 만일 자진 월북이라면 북에 가서 무슨 역할이라도 맡겨졌을 터인데 그런 흔적이 없다.

다만 이런 뒤죽박죽 오리무중의 의문이 제기하는 바 뚜렷한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그가 빨갱이도 아니고 반공인사도 아니고 누구라도 이념을 초월하여 한민족으로서 교분을 나누고 우리말로 시를 쓰는 순수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분명히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상황에서 +이렇게 위험한 철부지가 따로 있다.

그러나 그렇게 철부지로 살다 갔어도 그의 시는 빛난다. 철부지로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47년전 이 가을을 +생각하면 저 푸른 하늘처럼 그의 맑은 시세계가 더욱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 본지 주필/문학평론가 -

김우종 칼럼 | 입력 : 97-09-29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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