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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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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문화칼럼] 아는 사이
어느 날 보안사의 서빙고 대공분실에서는 대공처장 김교련 대령의 +지휘하에 문인간첩단이 만들어졌다. 서빙고 대공분실은 일본에서 온 교포학생 서승이 난로불의 기름을 뒤집어쓰고 자살을 기도한 사건 등 70년대 유신 체제 때 특히 무서운 명성을 떨친 곳이다.

그런데 문인간첩단을 만들 때 그 중에는 평론가 장교수도 끼어 있다가 "장교수는 집으로 돌아가시오"하고 돌려보내진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환으로 근무하는 소녀가 장교수와 한 동네에 사는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문인들이야 얼마든지 여분이 있고 또 꼭 5명이라야만 간첩단이 된다는 규칙도 없으니까 빼준 것 같다. 그렇지만 그래도 '간첩'(?)인데

아는 사람이라고 빼주다니... 그후 보안사에서는 웬일인지 장교수를 다시 불러다가 간첩으로 만들어 주었다. 운이 좋다 만 것이다.

단순히 '아는 사이'라는 것만으로 '간첩'을 집으로 돌려 보내준 것은 +물론 그 문인들이 진짜 간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짜라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혹독하게 사람을 반쯤 죽이고 공을 +들여놓은 후 사환 아이가 '아는 사이'라고 하는 말 한가지 때문에 봐준다는 것도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이렇게 '아는 사이'라는 것 때문에 공(公)보다 사(私)가 우선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열린 유태인 샤일록과 기독교인 안토니오에 대한 재판도 그렇다. 재판장을 대신해서 나온 포오샤는 진짜 법관의 자격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안토니오와 특별한 사이다. 자기 약혼자 밧사니오의 친구이며 안토니오가 밧사니오에게 돈을 꿔주지 않았다면 밧사니오와 포오샤와의 애정관계도 성립될 수 없었으니까 서로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다.

이처럼 포오샤는 안토니오와 특별히 친한 관계이기 때문에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재판은 엉터리가 된다.

또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와 고희욱, 세 명이 검찰에 송치되어 심문을 받은 다음날 고희욱만 석방된 것이야말로 그렇다. 검사가 고희욱의 +제3고등학교 선배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가 고희욱만 빼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을까?

최근에 윤관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법관들에게 자기 학교 동창변호사가 맡은 사건 등 기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사건은

회피하라고 지시했다. 피가 물보다 짙은 것이 원칙이니 이런 조치가 나올 밖에.

그러나 동창이고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봐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숫제

모르는 사이라도 통장에 입금만 해주면 봐주기도 하는 재판이 더 문제일 것이다.

김우종 칼럼 | 입력 : 98-03-16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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