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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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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김우종 문화칼럼] 겨울과 시간강사
이제 97년 한해도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운 겨울이 다가 올 것 이다.

그렇지만 겨울에는 눈이 와서 좋다. 온 세상이 하얗게 흰 눈으로 뒤덮인 설경만큼 신이만들어 주는 경이로운 풍경이 또 있을까?

눈은 온 세상을 덮어 버린 뒤에도 멋있지만 온 하늘에서 축제의 꽃가루를 뿌리듯 흰무늬 들이 쏟아져내릴 때의 풍경 역시 너무도 아름답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30년대의 모더니스트 김광균은 눈오는 밤에 뜰에 내려서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먼 곳에

서 옷 벗는 여인의 소리를 들었다. 귀를 기울여야만 들릴 듯 말 듯한 눈 내리는 소리를 들 으며 뽀얀 살갗의 알몸이 되어 가는 남의 여인을 연상한 김광균은 이 장면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에로티시즘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것일까?

겨울은 또 방학이 있어서 좋다. 12월이 되면 곧 기말고사철이 되지만 그것만 끝나면 긴방황이다.

방학은 학생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교수들에게야말로 그것은 다른 어떤 직장인도 가질 수 없는 그들만의 특권이다. 여름방학도 그렇고 겨울방학도 그렇다. 한달 때로는 두달씩이나 국

외로 나가서 실컷 놀다 와도 말릴 사람이 없고, 온 겨우내 따뜻한 방에서 등대기를 구들장 에 대고 게으름을 피워도 잡아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점에서는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아무리 더 출세해 뵈더라도 교수만큼 '특권 계급'일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러나 교수들이라고 방학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소위 시간강사라는 사람들도 엄연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런데 이들은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에 들어 서면 근심이 더 쌓인다. 방학이 되면 강사료가 끊기기 때문이다. 몇 푼 되지도 않는 강사료 로 겨우 살아가는 처지인데 방학이 되면 그나마도 끊기고 만다. 종전의 수준보다 한 가지라

도 앞서는 연구로 학위를 취득하고 이 나라 학계의 선두주자가 될 이들이 언제까지 이렇게푸대접을 받아야 할까?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아마도 그들은 봄이 올 때까지 깊은 잠으로 배고픈 시간을 무사히 보내는 곰이나 뱀이나 개구리가 부러워질 것이다.

김우종 칼럼 | 입력 : 97-12-01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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