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내내 대학정책의 최대 이슈는 지방대학발전이었다. 이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의 맥락 안에서 취급되었고, 일년 내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대학들은 지...
"김 선생님은 별로 걱정할 일이 없겠지요?"
나는 기업인이 아니니까 할인도 안 되는 어음 다발만 틀어쥐고 있다가 부도 날 걱정도 없고 물론 골프장 회원권을 샀다가 손해 볼 걱정도 없으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문뜩 이런 얘기가 떠올랐다. 아버지 거지와 아들 거지가 불 구경을 하다가이런 말을 나눈다.
"아버지, 우리는 집이 없으니까 불날 걱정이 없지요?"
"암 그렇지. 그게 모두 애비 덕이란다."
대기업들까지 무너지는 이 시간에 무너질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 거지도 그렇다. 그러므로 이 IMF 시대에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을 거라고 말한 그 사람의 말에서 내가 문득 거지 신세를 떠올리는 것은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만일 그 자리에서 "네, 저는 걱정할 일이 없지요." 하며
집 없는 거지가 불 구경하던 얘기를 했다면 그는 내 말을 그냥 재미있는 얘기로 들었을까, 아니면 내가 그의 말에 비위가 뒤틀려서 빈정거린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요즘은 어쨌든 돈 많은 기업인들이 걱정이 많은 세상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만의 고통이 아닌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월급쟁이 아닌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유직업으 로 살던 화가는 그림이 안 팔릴 것이고 문인은 원고청탁이 줄 것이고, 노래를 잘 불러서 스타가 된 베짱이도 앞으로는 옛날 베짱이처럼 개미 따라다니며 노동해야 먹고 살게 될지도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고무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불과 30년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찢어지게」가 어느 부위의 찢어짐인지 잘 알 수 없지만 그토 록 참혹했던 처지에서 불과 30년만에 이 정도로라도 가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저 력은 대단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부자 행세는 미숙해도 가난의 극복에는 남다른 노하우 를 지닌 민족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