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론자들은 마침내 “서울대출신들이 과연 진정한 엘리트들인가”를 반문한다. 서울대 출신들이 덕성과 지혜를 갖춘 인문주의자이자 사회통합정신이 강하고 국가의 발전을 위하려는 책임의식이 곤고한 엘리트들이라면, 이들이 주도해왔던 지난 사회, 정치, 경제판이 왜 그리 독재와 민중탄압, 부패와 비리, 권위적 관료주의와 경제파탄, 지역주의와 민족분열로 얼룩져 왔겠는가를 반문한다. 이들은 교육방식과 엘리트 개념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홍세화 기획위원은 “진정한 명문대학이자 명문 엘리트라고 불리려면 핵심적으로 건강한 실력과 도덕성,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같은 사회적 책무의식이 충실히 내재되 있어야 한다”며 “서울대는 국제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경쟁력에 취해버린 나르시시즘 집단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홍 위원은 또 “서울대 학부를 없애고 국공립대 통합네트웨크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연구중심의 대학원체제로 체질을 개혁시켜야 한다. 지금의 서울대는 권력욕에 눈멀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출세지상주의자들만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통렬히 비난했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도 “개혁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서울대 내부에서 스스로 자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울대출신들은 부끄러워 해야할 것이다. 성찰이 없다면 학벌주의병폐론과 서울대망국론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가난하지만 똑똑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해 가르치려는 국립대의 설립취지를 망각한 서울대특별법은 이제 부와 학벌연고주의의 세습을 돕는 악법이 됐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 “서울대출신이 국회에 143명이나 있다는 것은 감춰둘 미담은 될지 몰라도 공식자리에 모여 서울대당 운운하며 세 과시용 축배를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개혁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 모두가 서울대개혁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대단한 기만이자 실망”이라고 강변했다.
김성주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장은 “우리사회는 권력지향형 엘리트말고 지식창출형 엘리트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대는 전자에만 광기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개혁론이 말하는 것은 특혜 속에 안주해 있는 서울대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적자생존의 무대으로 불러내 과연 누가 진정한 명문이며 세계적 대학인지 당당하게 겨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노혜경 중앙위원은 “서울대는 수도권중심주의와 특별법 특혜를 통해서 만들어진 삼마이 야매 명문대다. 개혁론은 서울에서 암기형 엘리트를 양성해 지방으로 공급하는 교육시스템이 수명을 다했음을 알리는 것”이라며 “지방분권형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인성이 풍부하고 창의성이 잘 길러져 지역사회를 책임질 지역엘리트시대가 열려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안상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서울대도 철저히 자기반성이 필요하고 새로운 세상에 걸맞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지만, 작금의 서울대해체론을 둘러싼 논의와 여론행태는 지나치게 감성에 치우쳐있다.”고 전제하고 “서울대는 지금 이 순간 학벌열패자들과 2류컴플렉스에 걸린 대학들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변론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서울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간판 하나로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서울대패권주의를 없애자는 것”임을 지적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벌귀족을 양산하는 서울대특별법이 아니라 특성과 장점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다수 전략대학들을 고루 성장시키는 대학경쟁력강화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민노당 서울대폐지정책안을 만든 경상대 사회학 정진상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졸)가 서울대에서 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연한 바 있다. 서울대출신이 서울대개혁론을 외치는 몇 안되는 사례여서 언론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강연에서 서울대생들의 반론도 많았으나 대부분 학생들은 서울대의 독선의 결과에 대해 성찰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 ‘진땀흘린 서울대 폐지론자‘ 운운하며 정 교수 강연의 의미를 미묘하게 평가절하해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 담당기자들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음도 사후에 밝혀졌다.
또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리서치’에서 ‘서울대폐지, 반대여론이 더 많다’는 조사결과를 내 주요 언론사에서 크게 보도된 바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사기관의 대표와 주요 간부진들이 모두 서울대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사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마져 객관성을 가장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면서 본질을 벗어난 이 거대한 서울대 파벌의 힘을 우리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혹자는 “서울대개혁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를 사수하려는 서울대파벌의 결집력에 맞서는 것이 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서울대개혁론이 어떻게 진행될지 단정키는 어렵다. 그러나 그 논란과 파장 속에서 이 사회를 살리고 국부를 튼튼하게 할 진정한 대안의 교육시스템과 대안의 지도자인력, 대안의 엘리트상은 무엇일지, 우리사회는 그 해답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