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교육개혁을 하면서 특히 중점을 둔 분야는 고등교육의 체제개혁. 시장경제의 도입과 국가의 현대화라는 과제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고급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2일 대우재단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학사연구회 제30회 정례발표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 구자억 연구원이 발표한 ‘시장경제의 도입과 중국 고등교육의 개혁’을 통해 중국 대학교육 개혁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중국의 고등교육체제개혁은 지난 93년 ‘중국교육개혁과 발전강요’가 나온 이후 시작됐다. 94년말 중국 교육부는 상해에서 ‘전국고등교육체제개혁좌담회’를 열고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체제 개혁을 위해 ‘공동건설, 획전(劃轉;권한이양), 합병, 합작(협력), 사회참여’등의 학교설립 및 운영과 관련한 5가지 방법의 도입을 심도있게 검토했으며 이는 개혁의 모형으로 시행됐다.
98년에는 행정기구 개편으로 국무원에 소속된 9개 부가 합쳐지면서 관할 대학들이 모두 교육부나 성 등에 이관되는 대규모의 체제개편 이뤄졌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 따라 그 해 9월에는 절강대학, 항주대학, 정강농업대학, 절강의과대학이 합병해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새로운 절강대학이 탄생되는 등 고등교육체제 개혁은 비교적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이 고등교육 관리체제 개혁에 나선 것은 계획경제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경직된 구조를 시장경제에 맞는 효율적인 구조로 바꾸는 것이 시급한데다 규모가 작고 중복 설치된(조괴분할) 대학들로서는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측면에서다.
실제 중국 대학의 평균 학생규모는 최근 4천명 가까이로 늘어났으나 90년까지만 해도 2천명을 넘지 못했다. 또 정부의 대학에 대한 과다한 통제는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으며 대학들이 대도시에 분포돼 졸업한 학생들이 대도시에 주저앉는 바람에 중소도시와 향진기업은 인재를 찾기가 쉽지않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고등교육관리체제 개혁의 목표로 △대학관리의 중앙과 성(시, 자치구) 이원화 △학교설립, 운영의 다양화 △사회참여의 확대와 민주적인 정책결정 등으로 잡았다.
여기에 맞춘 구체적 개혁의 하나가 ‘공동건설모형’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소속의 대학을 공동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93년 교육부와 광동성 정부가 같이 추진한 중산대학과 화남이공대학이 시초다. 공동건설의 기초는 학교들이 지방을 위해 공헌하는 것이며 어떤 대학의 경우는 50% 이상을 해당지역의 학생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100여개의 대학이 공동건설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
2개 혹은 그 이상의 대학들이 합치는 ‘합병모형’은 크게 학교간 합병과 학문간 합병의 두 유형으로 나눠지는데 북경경제대학원과 북경재무무역대학원간의 합병이 후자에 해당한다. 강서대학과 강서공업대학이 합쳐져 남창대학이 설립되는 등 학문영역간 합병도 활발히 이뤄졌다.
중앙정부에 속한 대학을 지방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획전’은 중국이 추구하는 고등교육제제개혁의 장기 목표중의 하나로 중앙정부 간부 등 이해당사자들의 비협조로 시행은 그리 쉽지않은 상황이다. 97년말까지 전국적으로 8개 중앙정부 소속대학들이 지방정부로 이관됐고 8개 성 정부 소속의 대학들이 성에 설치된 청(국)단위로 관리주체가 이관됐다.
2개 이상의 학교가 협력해서 운영하는 형태인 ‘합작모형’은 근접한 학교들이 독립법인의 신분으로 협정을 통해 교육, 연구, 후근방면의 협력을 실시하는 것으로 상해 서남쪽의 상해교통대학, 상해의과대학, 화동이공대학, 동화대학, 동화대학, 화동사범대학, 화동정법대학 등 6개 대학은 연합체인 학교운영관리위원회를 조직했다. 무한대 등 5개대, 화남이공대 등 4개대 등도 연합체를 구성해 학교운영방법을 개혁하고 있다.
이밖에 기업 등 사회가 재정투자와 관리에 참여하는 ‘사회참여모형’의 경우 현재 수백개의 대학들이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학교운영협정을 체결했으며 참여 업체수는 5천여개에 달한다.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진행된 중국의 고등교육체제 개혁은 그러나 합병과정에서의 구성원들의 비협조, 수익 추구적 학교운영, 공동건설과 획전 과정에서 지방과의 부조화 현상 등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개혁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공무원이나 대학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예속관념’ 즉 소속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합병 등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가 차원에서의 학교교육 경비에 대한 법률상의 보증조치 등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도 변경·조정과정에서 지방정부와 대학 모두 대학의 분포구조와 적정규모 확보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 있어야 하며, 지방정부로 관리권한이 이양된 대학의 경우 해당 지방의 경제, 과학기술 등에 맞도록 전공구조를 조정함으로써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구조정착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