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수능 시험은 문제가 지나치게 쉬워 만점자와 동점자 양산 등으로 변별력을 잃었다는 비난이 쏟아지던 2001학년도와 반대 상황이 연출됐던 2002학년도의 중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출제되리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었다.
교육당국이 현직교사 32명을 출제 또는 검토위원에 참여시키고 지난 9월에는 모의 수능을 통해 눈높이를 조절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고심의 흔적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7일 발표한 가채점 분석 결과는 당국이 원하던 ‘정답’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대목. 변별력 확보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학생들의 학력 저하 시비에는 적절한 답변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믈론 수능 시험만을 잣대로 할 경우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졌다고 몰아붙이기에는 이른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물론 강의를 맡은 대학 강단의 교수들은 이른바 이해찬식 교육 세대들에게서 학력 저하 문제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동국대 신재호 교무처장(전자공학)은“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수 있다는 교육정책이 회자되면서 학생들이 영향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기초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고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하며, 이는 모든 과목을 고루 공부하는 것이 출발”이라고 말했다.
신처장은 특히 “교육부가 대학입시 일정과 전형방법 고시를 의무화해 학생들이 고른 영역에 대한 공부보다는 특정분야에 치중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며 ”입시제도 근간이 대학 자율에 일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황해익 입학부처장(유아교육)은 “올해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를 예상한 일반의 분석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수능 출제당국이 유사 이래 최하의 학력 수준이라고 평가되는 항간의 지적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부 교단이나 학원가에서는 이미 2-3개월 전 현행 고 3학생의 학력 수준이 역대 최하위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해 평가원이나 정부가 학력 저하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교수들은 특히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문과보다는 이공계가 심해 차제에 고교 교육정상화와 수학 교육 강화 등 근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산업공학)은 “단순 문제풀이 위주보다는 사고력 응용력을 갖추고 물리나 공학, 생물학 등 인접학문과의 연관성도 찾는 재미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수학교사들의 연수 기회 확대와 협의회 구성 등을 통해 외국 사례를 검토하는 등 교육방식을 바꾸는 한편 당국은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