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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 법제화'등 대학개혁 산넘어 산
대학서열구조 완화, 지방대 특화 육성 힘 실려
교수회 법제화, 대학지배구조 개선 논란 일듯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새 정부 고등교육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 참여 민주주의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은 곧바로 이어지는 교육부총리 인선과 대통령 직속기구로 상설화될 교육개혁추진단의 영향을 받겠지만 실행 부서인 교육부로서는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1일 종합, 제안한 정책 과제를 기본 틀로 삼아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다.

이는 인수위에 참여한 학자들이 공약 개발이나 정권 인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에 어떤 형태로는 참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

사실 인수위가 제안한 기본안은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기본 방향과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방대 특화 육성 대책이나 대학 서열 구조 완화 또는 대학의사결정구조 개편 등의 문제는 실행될 경우 정책방국은 물론 대학가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파괴력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인수위가 제안한 교육정책 주요 사항>

인수위가 제안한 정책 과제는 크게 12개 과제다. 이 가운데 교육정책의 근간이 될 주요 과제는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 실현’이 초점.

이를 위해 인수위는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복지 확대, △과학기술교육의 질적 고도화, △창조적 문화 역량 강화,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 육성,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 추진 등 6개 영역별 실천 과제를 제안했다.

참여와 자치 통한 교육공동체

인수위 제안 가운데 우선 눈여겨볼 대목은 참여와 자치에 걸맞는 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해 교육정책의 입안·조정·평가 기능을 수행할 교육혁신기구를 대통령 직속 법률기구로 상설화하고 안정적, 지속적 개혁을 위해 '(가칭)교육개혁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교육부는 정책개발과 집행, 지원 기능 중심으로 기능 개편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정책 변화에 앞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대학운영의 민주성과 자율성 강화를 위해 ‘교수회 법제화’를 명문화한 것은 교육부나 대학 총장 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 새 정부 교육정책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두어질 것인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 지역인사가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지배구조 개편을 주문한 것도 동일한 맥락. 여기에 대학 비리나 부당 교수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제안한 부분까지 합치면 향후 대학 사회에서 힘의 역학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공공성 강화와 과학기술 중시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공교육 내실화는 역대 정권이 내세운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과 사립간 역할 분담, 대학 영역별 특성화, 학벌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학력차별금지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강구토록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대학 서열의 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 문제는 당초 인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학부정원 폐지를 요구하는 선까지 검토됐으나 학부 정원의 단계적 축소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을 통해 집중 육성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과학기술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서는 초 중등과학교육 강화를 포함해 이공계 대학교육의 내실화가 초점이 됐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과학기술발전 추세와 산업수요에 부합하도록 교육체제를 개편할 것을 요구했으며, 지역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이공계 대학 특성화를 유도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위는 특히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을 국정과제의 한 축으로 설정하고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역량에 걸맞는 과학기술정책 기획과 조정 및 관리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1만여명의 핵심 고급 인력 양성과 활용 촉진 대책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지방 분권과 지방대 특화 육성

그러나 무엇보다 새 정부 공등 교육 정책 방향에서 변화가 가시화될 부분은 지방 분권화를 기초로 한 권역별 지방대 특화 육성 대책.

이는 지방대학과 연구소 기업지원기관이 네트워킹된 ‘산업집적지도’ 작성을 통해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역혁신시스템(RIS)을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특히 지역대학을 R&D 핵심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R&D 예산의 지방대 지원 비율을 지난해 8.5% 수준에서 2007년까지 20%로 대폭 늘리는 한편 테크노파크(TP), 소규모기술혁신센터 등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기술혁신사업을 연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어서 지방 소재 대학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에는 대학의 특성화 분야를 지역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산·학·연·지자체가 협력해 지역 발전의 핵심 역량으로 발전하도록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으며 정부 출범 후 별도의 전담조직을 발족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 많아

그러나 새 정부가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인수위 기본안은 원칙이나 선언적 측면이 강해 고등교육 현안 가운데 상당수가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일부 혁신적인 안도 집행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

교육부 기능 개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교수회 법제화나 대학내 의사 결정구조 개편 문제는 대학 사정이 서로 다르고 자율 기조가 정책 방향인 마당에 정부가 강제하기 어려우며 그간에도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으로 일방의 편을 들어주기 어려다고 교육부는 지적한다. 인수위 보고 과정에서 이상주 교육부총리가 정부안으로 교수회 법제화를 제안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도 이런 정서를 반영한 때문이다.

특히 법률 제정이나 개정이 따르는 사안들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협조가 어려울 경우 선언적 의미에 머물 공산이 크다. 교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지 2년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못하는 것이 단적인 증거.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등의 문제 역시 입시제도라는 틀과 맞물려 쉽게 변화되기 어려운 과제다. 당초 입시제도 개선안이나 수능 시험 2회 실시 문제 등이 거론되다가 집행부서인 교육부와 의견 조율 과정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감안돼 선언적인 측면에 머문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재정의 GDP 대비 6% 확보와 고등교육재정 1% 배정 역시 올해 에산 규모는 이미 확정된데다가 역대 정부처럼 경제 문제나 외교 국방 등 우선 순위에 따른 재정 지출 재조정 요인이 강조될 경우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

대선 당시 교육 문제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겠다고 밝힌 노대통령이 정작 취임사 어느 부분에도 교육 문제에 대한 강조는 없고, 청와대 직제개편 과정에서 교육·문화수석실이 폐지되는 등의 현상이 벌어지면서 일부 교권단체들은 새 정부 교육정책 의지에 벌써부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당초 교육개혁 문제가 인수위 정책 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가 일부의 문제 제기로 뒤늦게 포함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새 정부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노 정부 권력 기반이 아직 취약하고, 관료 사회를 컨트롤할 인물이 주변에 적다는 일부의 비판은 교육개혁과 정책을 일관되게 이뤄나가야 할 새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관련기사 : 노 대통령 취임, 대학개혁 고삐죈다 ]

이일형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02-25 오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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