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과 교육시장 개방이라는 암초는 특히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생명’과 ‘교육’의 문제여서 자신을 지지해준 교육 시민단체들과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두 사안 모두 새 정부가 강조해온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체 극한 대립과 지연 양상으로 치달아 현실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청와대는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분위기지만 이로 인한 상호 불신이 교육계 전반에 쌓이고 국론 분열의 양상으로 나타날 경우 사회 전반에 총체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분영과 갈등 : 국회의 이라크전 파병 결의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은 지난 28-29일 국회가 전원위원회를 소집, 논의키로 함에 따라 결론이 유보된 상태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파병을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의 저항이 예상보다 격렬해 국론 분열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들은 특히 정부가 지난 27일 WTO에 제출한 최초 양허안에 교육분야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양허안 제출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 방침을 천명한 상태.
WTO교육개방음모분쇄 공동투쟁본부(상임대표 박거용)는 “교육개방양허안 제출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교육개혁과 참여정부라는 구호에 맞는 정책을 펼 것인지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학기를 맞은 대학가에서는 이라크전 파병과 교육시장 개방을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 동맹휴업이 잇따랐으며, 지난 28일 부산과 대구, 광주, 공주 등지의 대학생들은 서울 대학로 등지에 모여 새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 우려와 전망 : 국회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전 파병이나 교육시장 개방에 좀더 신중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라크전의 경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몰라도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입장이며, 교육시장 개방 역시 양허안 제출을 유보할 수 있는데 시한에 쫓기듯이 결론이 나 교육단체들을 설득할 명분이 약화됐다는 것.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 정부의 의사 결정이 너무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통과된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 올 7월이면 발효되는 만큼 교육시장 개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해야 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두 사안 모두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라는 반응이다. 아라크전 파병의 경우 미국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할 때 거절할 사안이 못되며 교육시장 개방 역시 DDA 협상에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외국인의 직접 투자 유치 촉진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했다는 지적.
외교통상부의 한 실무담당자는 “통신이나 해운 등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는 분야의 해외 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되 교육이나 법률 분야는 개방 폭과 속도를 조절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고위 관계자는 특히 “현행법을 유지하는 선에서 교육시장을 개방하면 피해가 거의 없는 만큼 무조건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며 “교육 시민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지만 합의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대학의 한 교육전문가는 이에대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만에 자신을 지지해 준 교육시민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는다면 앞날이 걱정”이라며 정국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