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서열화, 교단 갈등, 공교육 붕괴, 기초학문 위축….”
정부 관료 중 석·박사학위 소지자가 60% 이상으로 이른바 교육 수준이 가장 높다는 행정 관청이 오늘날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비난의 초점이 되고 교육을 망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무용론이나 해체 주장에 직면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교육계에서는 이런 원인을 말로는 ‘자율화’를 외치면서도 구시대 유산을 여전히 탈피하지 못해 중요 정책 입안부터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책을 펴고 통제한데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협의·조정은 상실되고 정책과 현장이 따로 놀아 목적이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나 교육 시장 개방 문제 처리 과정만 봐도 이의를 달기 어렵다.
교육계의 불신 정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1일 청와대에 보고한 최종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는 특히 그간의 교육정책에 대해 진단과 평가는 물론 향후 교육부나 청와대가 추진해야할 새로운 교육 정책이나 개선점도 명시했다. 고등교육과 연관되는 정책 과제는 모두 20개로 교육부 정책상 문제점이 곳곳에 지적된 것이 특징.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책 수립을 담당할 교육혁신기구를 별도로 만들겠다는 대목이다. 인수위는 올 상반기에 구성되는 교육혁신위원회가 정책 수립 기능을 담당하고 교육부는 집행과 지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할 것으로 명시, 그간의 교육정책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인수위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는 교육부도 일부 인정하는 사항이다. 교육부는 인수위에 낸 자료에서 ‘교육 개혁의 당위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과정에서 교육공동체에 대한 참여와 합의가 미흡해 개혁 성과가 미진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새로 구성될 교육기구가 ‘교육정책 전반보다는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과제에만 합의를 도출할 것’을 요구, 여전히 시각차를 나타냈다.
사립학교법이나 교수회 법제화 등 현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이해당사자간 견해차를 들어 2006년 이후 장기검토사항으로 선정한데 반해 인수위는 국민 의지는 충분한데 교육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견해. 올해 안에 비리사학에 대한 감시 기능을 확대하는 개정안이라도 만들라고 종용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교원 임용이나 양성, 수급 정책 등도 전면 재검토 사항으로 평가됐다. 인수위는 중등교원 수급 정책 실패에 대해 아예 교육청 산하에 ‘사립교원임용위원회’를 만들어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입전형과정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교육부조차 고개를 흔드는 사항. 1차 원인은 수능고사의 난이도 조절 실패와 학력저하가 논란의 초점이지만 그간 바뀐 제도만 열거해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혼란을 조성한 장본인이 결국 교육당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이 “도대체 수능고사 난이도 조절도 하나 못하는 교육부가 무슨 정책을 펴느냐?”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다.
평가를 놓고 벌이는 교육현장과의 논란은 딱하기조차 하다. BK 21사업 등 교육부 특수목적사업 대부분이 선택과 집중에 의한 경쟁여건 조성에 성공했다는 자평에도 불구, 대학가 현장에서는 돈 주고 뺨 맞는 식의 정책을 편다는 등의 빈축을 사기 일쑤다.
인수위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기능 확대나 별도의 평가기관을 설립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제동을 건 이유는 바로 개발과 분배 시대에 정책입안과 행정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던 발상이 참여와 자치를 내세우는 새 정부 코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거나 세울 때 교육 단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경청하는 것은 성과를 떠나 정책 성패의 관건”이라며 “정부는 큰 틀로 코디네이션만 담당하고 집행과 평가는 교육전문가 협의회 등에 자율 이양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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