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교육개혁 의지가 모아질 대통령 직속의 ‘교육혁신기구’ 설치가 지연되면서 대학가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출범과 함께 가시화되리라던 기대는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기본 가닥조차 잡히지 않고 있으며, 위상과 성격을 둘러싼 담론만 무성해 상반기 중 실시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최근 강행한 이라크전 파병과 교육시장 개방 등의 진행과정을 들어 ‘개혁 의지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돼 주목된다.
◇ 설치 지연 우려 : 혁신기구 설치는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종보고서에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개혁추진단을 만들고 설치 준비작업에 착수한다”고 제안한 것이 현재로선 전부다.
교육부도 인수위 보고 자료에서 이를 즉시 시행할 핵심과제로 설정, 상반기에는 윤곽을 잡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무부서인 인적자원정책국은 정작 법률 검토와 성격 등을 들어 기본안 작성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혁신기구는 대통령 직속기구인만큼 청와대 구상을 일단 지켜보고 조율을 거쳐 가닥을 잡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때문에 9일로 예정된 청와대 업무보고에도 진전된 내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와대에 교육 전담자가 없다는 것도 당장 혁신기구 설치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조직 밑그림에 교육문화수석실이나 교육비서관이 빠지면서 이미 예견된 사항.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의 최현섭 정책위원장(강원대 교수·사회교육)은 “대통령이 경제나 국방문제에 매달려 국민 여망인 교육개혁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청와대에 전담 통로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 위상과 성격 논란 :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혁신기구의 위상과 권한을 놓고 벌이는 시각차에 있다. 인수위가 혁신기구 위상을 교육정책수립 총괄로 설정한데 비해 교육부는 모든 정책을 혁신기구가 수립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이나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교육개혁이나 교육부 기능개편이라는 큰 틀에는 이의가 없지만 참여 주체나 성격으로 들어가면 교육계 의견도 분분하다.
한국교총 이군현회장이나 교육연대 최현섭정책위원장 등은 혁신기구 성격을 ‘초정권적 교육정책 기구’로 설정할 것을 주장하는데 반해, 이기우교수(인하대)는 정권이 책임지지 않는 국가 행정기관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흥사단 주최 토론회에서 이같은 제안을 분석한 심성보 부산교대 교수(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정책위원장)는 혁신기구 성격을 교육개혁 난제에 대한 입안 조정이나 중장기 전략 수립에 맞추는 한편 교육부와 혁신기구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정부조직법 등과의 상충 관계나 예산 편성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을 주문, 주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