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부는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부총리 체제 출범 후 6개월여만에 16조5천억원이라는 예산 확보를 전제로
발표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 계획]이 그리 신통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데다 정작 실무부서에서는 성안도 되지 않은 대입제도 개선책을
놓고 '또 바꾸느냐'는 여론 질타에 해명하러 다니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지난 24일로 예정됐던 한완상부총리의 방미 일정도 돌연
취소되고, 관련 실·국장의 휴가 계획도 잇따라 순연됐다.
그 대신 교육여건 개선 추진 계획에 대한 세부 작업으로 23∼24일에 걸쳐
부총리 주제 긴급 실·국장회의가 열렸으며, 25일에는 다시 시·도
부교육감 회의 소집을 통해 세부 실천사항이 전달됐다.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교육여건 개선 추진 기획단]이 구성되고, 시 도 교육청에서는
부교육감을, 교육청에서는 교육장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위원단을 8월 안에
구성키로 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다.
교육부가 기왕에 보도자료까지 내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이 미국 연방정부
교육부 장관을 만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던 방미
계획까지 취소한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국민의 정부 들어 교육 정책은 일선 교육계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교단 정화를 명분으로 단행된 교원정년 단축은 현
정부 들어 최대의 논란으로 남았으며, 대학 지원사업으로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BK 21 사업 등을 통해 1조 4천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도 대학가 반응은 별로 신통치가 않다.
이 와중에 장관이 5명이나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총리부서로
승격됐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교육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
이번에 발표된 계획은 투입되는 예산규모와 용도에서도 나타나듯 초 중
고교 교육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야말로 국민의 정부 들어
야심차게 내 놓은 공교육 활성화 방안인데 정작 교단이나 여론의 관심은
반신반의 시각이고 보니 아쉬움이 클 법하다. 부총리의 방미 일정이
연기된 것도 바로 청와대의 이 같은 심기가 작용했다는 후문.
그런데 실무자와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못한 체 서둘러 발표한 이번
계획처럼 집권 여당으로 보면 이제 교육 문제와 관련해 내놓을 카드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는 선거를 의식한 국면 전환용 포석이라는
지적까지 듣고 있으니 무슨 정책을 내놔도 도무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대학가에는 교수노조가 등장했으며 국회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본격 논의되는 등 비교적 어려운 숙제를 풀고
있는 현 정부의 고민은 그러나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불신 풍조와 갈등
구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역대 정권이 하기 힘든 많은 일을 국민의 정부가 해 왔다. 그런데
교육계에도 보수 혁신 구도가 너무 뚜렷해 합의는 커녕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다. 개혁세력은 너무 앞서가고 보수세력은 기존의 가치만
고집하니 이러다가는 관망하던 중도마저 떨어져 나갈까 걱정된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은 아직도 정치 논리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교육계의 고민을 느끼게 하는 것이어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