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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한 사상 논쟁과 저질 사회
저질 정치와 저질 언론, 구태를 벗지 못한 저질 관료.

요즘 대학 사회를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이른바 '3 저질'

때문에라도 차라리 이민이나 떠나 안보고 살아야겠다고 자조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저질의 논리는 이유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최근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논쟁만 봐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언론 지상에는 연일 공교육 위기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이해당사자에 따라 불만의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국제경쟁력이

낙제점이라는 대학간 비교에서부터 사교육비 부담이나 질 낮은 교육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떠나는 행렬이 늘고 있다는 내용 등...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문제의 핵심은 기득권을 행사해온

측과 그렇지 않은 측,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잔존해온 보수와 혁신간

갈등이 싸움의 시작이다.

국회는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게임 경기장이다. 이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공방은 본질이나 사회정의보다는 당리당략이 초점이다. 여기에

팔짱끼고 구경하던 언론은 이해 당사자들의 말 잔치를 충실히 받아쓰다

간혹 이들이 벌이는 해묵은 이념 논쟁에 불씨만 당겨주면 족하다.

자유시민연대나 일부 사학재단 등의 입을 빌어‘인민위원회의 사학 접수',

'사유재산 인정 안 하는 좌익의 음모' 등 자극적인 용어를 제목으로 뽑을

수 있다면 그 날 신문 발행의 필요 충분 조건은 차는 셈이다. 사상 논쟁은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간혹 언론은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매카시 열풍의 주도 세력이 되기도

한다. 교육계 수장인 한완상 부총리를 놓고 벌이는 이념성 시비는 사실

일부 언론이 이끌어 낸 작품에 다름 아니다.

전직 국정원장의 말까지 인용하며 '김일성 묘 참배 운운' 기사와 함께 한

정당 대변인을 통해 '김일성 숭배주의자'라는 논평까지 내도록 이끄는

것을 보면 기성 언론의 권위와 공적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죽하면

장관이 기자실에 나와 미주알, 고주알 해명하게 만들까.

그런데 이같은 공방을 보며 짐짓 중립을 지키던 교육 당국 내부로

들어가면 행정조직의 또 다른 교육 관행도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교육부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정원 검찰 경찰 등과

함께‘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학생자치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했다는

사실. 한발 더 나아가 장관 결제 과정도 거치지 않고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한총련 대학생 탈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교수노조 활동 감시' 등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수행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할말이 별로

없어진다.

물론 이때에도 특정 언론들은 문제 제기보다는 한 부총리의 "즉시 시정"

의사에 대해 담당 부서 실무 국장의 입을 통해 “관행적인 업무를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더 문제”라고 어김없이 받아쳐 이념 논쟁으로

모는데 인색하지 않다.

실무 국장이나 과장들은 충실한 국가 동량인데 사상이 의심스런 장관이

문제라는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장관이 얼굴 마담인 바에야 실무자들에게

언론의 영향력도 보여줄 겸, 색깔론 시비에 한 부총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흥미진진하게 구경해보라는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끈끈한 동업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이 알아야 할

사항은 이를 지켜보는 일반의 반응이다.

"언제까지 저질들의 쇼를 구경해야 하나. 딴에는 자기들이 정치나 교육,

여론을 선도한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정작 그것이 우리 현실이란 생각을

하면 정말 웃음조차 안 나와 … "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한 대학 교수의 독백이 우리 마음을 슬프게 하는

계절이다.

이일형 기자 (news@unn.net) | 입력 : 01-06-25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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