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학을 설립목적에 따라 연구·교육·기술 중심으로 유형화해 이에 맞는 평가와 재정 지원이 이뤄지며, 교수 임용시 특정 대학 출신 인사가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하는 ‘교수 임용 쿼터제’도 강화된다.
이밖에 국립대학간 연합체제 구축과 교수·학생·학점 교류가 활성화되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립대학을 공익 법인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학벌주의 극복 종합 대책’을 보고하고, 과제별 주요사항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이날 세운 학벌주의 극복 종합대책은 △대학 서열구조 개선 및 지방대 육성 △공공·민간분야 능력중심 인사관리 시스템 정착 △불합리한 법·제도.관행 해소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진로지도 내실화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뉜다. 다음은 주요 사항 요약과 전망
△대학 서열구조 개선과 지방대 육성 =교육부는 대학을 설립목적이나 인력양성 수준에 따라 연구·교육·직업기술교육 중심으로 유형화해 학문분야 평가나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다는 방침.
이를 통해 소수 우수대학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고, 학문분야 평가 활성화로 특성화를 유도하며, 재정지원도 각 대학이 수립한 인력 수준(고급, 중견, 현장기술인력)에 맞춰 구분 시행할 방침이다.
특히 특성화 영역을 위주로 학생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 행.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과 기능도 재정립, 국립대가 기초학문이나 국가전략 분야를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수 임용시 특정대학 인사가 임용 범위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하는 ‘교수 쿼테제’ 시행돼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 사업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국립대는 연합이나 통합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소요 예산을 지원하고 연합대학이 예산집행, 조직운영, 인사 등에서 자율권을 갖도록 했다.
아울러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해 교수·학생·학점 교류를 활성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이 올해 3월부터 99개 국립대를 특수행정법인화한 것처럼 책무성과 경쟁력을 함께 갖추도록 공익 법인화하는 방안도 신준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서범석 치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논란이 많았지만 일단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지역산업체나 지자체 등과 연계하는 지방대의 특성화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조4천2백억원을 투입하고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나 추천채용제 등을 통해 지방출신의 공직 임용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기업에는 지방대 출신자를 채용할 경우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능력 중심 인사와 법 제도 정비 =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 임용시 출신 대학 편중을 줄이기 위해 적격성을 검증한 뒤 지역과 대학 균형을 맞추기로 했으며, 국가직무능력표준(KSS)제를 도입해 개인의 능력을 평가·인정하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차별금지기본법을 내년까지 법제화하고, 기업체는 학력이나 학벌 위주 고용 관행에 대한 개선을 권고해 서류 전형시 명문대 졸업생에 대한 가산점 미부여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인력 양성과 활용 대책을 연계해 지역 발전에 필요한 특성화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재정지원을 집중, 지난해 57.6%에 머물고 있는 졸업생의 취업률을 5년 후에는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밖에도 기능인 우대책, 적극적 차별금지 조치 법제화, 입사원서 학력란 폐지 및 명문대 졸업자 가산점 폐지 등 기업 인사 관행 개선을 권고하고, 지역인재 유치책 유도 등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학벌주의 극복을 위해 선진국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한편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모니터링제’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관련부처 과장급으로 구성된 실무 지원반 회의 등을 통해 의견 개진을 상시화하기로 했다.
◇ 사회인식 개선과 진로지도 = 학벌주의 극복을 위해 범국민적 의식개혁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으며, 학부모 교육관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자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상담 정례화를 통해 정확한 교육정보를 제공하고 공유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잔로 지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 기관간 역할 분담과 연계체제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가정에서부터 대학과 기업체에 이르는 국가종합진로정보네트워크를 구축, 운영키로 했다.
학벌보다 적성이나 능력에 따라 진학이나 취업을 권장하는 ‘진로판단권고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교사 연수를 강화해 진로지도와 직업지도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밖에도 여대생의 경력 개발을 위해 여대생 커리어개발센터를 설치 운영, 취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교육부 서범석 차관은 "학벌주의를 없애기 위해 범정부적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 추진 배경 : 학벌주의가 우리 사회에 각종 해악을 끼친다는 생각은 참여정부 출범 후 기회 있을때 마다 들고 나온 정책 방향의 중심 화두
국정홍보처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출신 학교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는 대답이 87.7%, "실제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1.9%였다. 불이익을 경험한 분야는 취업(38.9%)이나 승진(35.8%), 인격적 무시(20.1%), 결혼(4.8%) 등이었다.
같은 해 11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서도 학벌이 성공과 출세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국민이 61%로 학력(15.9%), 지연(9.2%), 혈연(9.1%)을 압도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 6월 교육부, 재경부 등 8개 부처 관계자 및 경제, 시민단체 전문가들로 학벌주의 극복 민·관 합동 기획단'을 구성, 대책을 마련해왔다.
학벌주의는 초·중등 교육이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전락하고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진정한 의미의 학력을 함양하는 대학 분위기 조성도 저해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교육 경쟁력은 세계 30개국 가운데 28위였다.
이밖에 개인의 역량과 능력에 따른 인력 채용 및 활용 등을 막아 이공계 기피나 학문편중 현상을 부추기고 대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주며 학벌 세습화로 사회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게 교육부 주장이다.
◇ 남는 문제 = 그러나 이날 발표된 종합대책 대부분이 각 부처가 추진 중인 사항을 종합하는데 그치고 주요 정책은 선언적인 항목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벌주의를 극복하는데 구체성과 추진 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추진과정에서 부처간 컨센서스를 모으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이는 안병영 부총리가 이날 국무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아직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한발 뺀 것도 부처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발표된 과제 대부분의 추진 일정이 2008년까지의 장기 대책으로 분류된 점도 추진력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벌주의 개선은 정부 힘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며 “중장기 과제로 설정됐지만 차근 차근 분위기를 모아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