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특히 안부총리가 이라크 무장 세력에 의한 민간인 피살로 추모 분위기가 전국에 이어지고 있고,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이해찬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진행되는 민감한 시국에 오해 소지가 있는 적절치 못한 행동을 벌인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교육 시민단체들이 참여정부 들어 진행된 교육정책이나 개혁 추진 평가에 인색한 마당에 이 같은 추문이 지속될 경우 ‘안병영호의 장기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권단체도 25일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고 ‘안부총리의 사과와 청와대의 강도 높은 처방’을 주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안 교육, 호화 술자리 파문 = CBS 등에 따르면 안병영 부총리와 유인종 서울시교육감 등 전국 시도교육감 일행은 지난 24일 오후 7시 4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울산시의 한 최고급 한정식당에서 1인분에 4만원씩하는 저녁식사와 함께 발렌타인 17년산 12병 등 외산양주와 매실주 백세주 등을 주문하는 등 5백여만원 상당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와관련 "술값 등 울산 체재비에 대해 교육감 협의회에서 2백만원,그리고 울산시교육감이 개인비용으로 일부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교육청 예산으로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5일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 부총리는 울산대 총장과 다른 약속이 있어서 한 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부총리와 전국시도교육감들의 호화 술자리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온 국민들이 경악과 분노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정부내 주요장관들도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총리가 의례적인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지방 나들이에 나서 술파티를 벌였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 교육계, 비난 여론 비등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5일 ‘교육부총리는 신중치 못한 처신에 대해 사과하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교총은 성명에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김선일씨 사건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안이한 대처에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육을 책임지고 잇는 교육부총리와 시·도교육감들마저 신중치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특히 “오늘 오전 교육부 해명은 진솔한 자세로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회피하려는 태도”라며 “교육부총리는 이에대해 교육자와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 전체가 극심한 국민적 불신과 지탄을 받는 마당에 부총리가 교육감과 어울려 호화판 양주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은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와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 “5백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교육청 예산으로 감당한다면 이는 명백한 공금 유용”이라며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국민들은 고위관리들의 호화판 양주파티를 위해 세금을 낸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특히 “교육부총리와 교육감들은 이제라도 국민들 앞에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자숙해야 한다”며 “노대통령은 국가적 비상시기를 맞아 국민화합을 저해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고위 관리들의 무분별한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처방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정치권 비화, 청와대 고심 = 호화 술 파티 파문은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이해찬 총리의 인사 청문회에 안부총리가 참고인으로 채택된 상태였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가 어제 안병영 부총리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는데 부총리께서 '지방행사일정 때문에 못나오겠다'고 해 지방행사일정이 국가 교육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미 알려진 것처럼 지방에서 부총리가 전국 교육감들과 함께 고급 식사와 양주로써 향응을 벌이는 모습이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심재철의원은 “이런 모습 보이려고, 국회에 나오지 못하겠다고 한 것인지 이같은 모습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 참고인이 지금이라도 오후에 즉각 자진 출석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 역시 안부총리가 향후 교육 현안에 대한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할 위치임에도 불구, 일상적인 교육감 협의회 참석을 이유로 청문회 참석을 고의적으로 회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열린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교육 시민단체들이 가뜩이나 참여정부 들어 진행된 교육정책이나 개혁 추진 평가에 인색한 마당이어서 교육부총리의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며 “안부총리에 대한 추문 시비가 잇따를 경우 장기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난 4월 며느리의 인사 청탁 논란으로 추문에 휩싸인 안부총리 문제를 놓고 교육부 담당 국장을 경질하는 선에서 무마했는데 이런 일이 다시 벌어져 안타깝다”며 “일단 진위 여부를 자세히 파악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고심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