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교육부가 각 대학에 2003학년도 입시안을 대교협에 제출토록 정한 시한은 지난달 8일까지였으나 서울대는 아직까지도 입시안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 서울대는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오는 20일경에나 입시안을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모집단위 광역화' 등을 놓고 교육부와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만큼 최종 발표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서울대 입시안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모집단위 결정을 둘러싼 내분 때문이다. 서울대는 당초 지난해 11월말 특정 학문 편중현상 등 광역화 모집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모집단위를 현행 7개 계열 16개 단위에서 30∼40개단위로 세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단과대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어왔다.
학교측은 수차례의 회의 끝에 이달초 이공계에 한해 모집단위를 일부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모집단위 조정 지연으로 세부사항 결정은 연쇄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또 다른 고민에 휩싸여 있다. 서울대가 이미 교육부 제출 시한을 어겨가며 입시안 제출을 미루는데도 결과적으로는 구경만 하는 꼴이어서 교육당국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여기에 서울대가 설사 뒤늦게 입시안을 내더라도 교육부 권고 사항인 모집단위 광역화 문제를 어길 경우 어떻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느냐는 것. 행정상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겠지만 BK 21 지원자금을 회수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비 조정 등 BK 21 사업에 대한 중간 평가는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제도개혁분야와 사업목표분야, 사업비 운영 및 관리 분야, 개별 사업단의 차별화된 사업성과 및 목표달성 가능성 등을 평가항목으로 정해 5백점 만점으로 배점하고 있으나 서울대의 경우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불과 10∼20점에 지나지 않는 모집단위 광역화 이행 약속을 어기더라도 지원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들의 설명.
중간 평가는 전체 총점을 기준으로 상위와 하위 10∼20%에 포함된 사업단이나 대학에 지원금을 더 주거나 깍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서울대는 오히려 상위 사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서울대가 지원금 삭감 조치 등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서울대와 교육부가 저마다 고민에 빠져있을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과 수험생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교육정책과 비대해진 대학이 갖는 구조적인 한계가 절묘하게 만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