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인원 회장은 지난 달 8일 부서별 업무보고를 막 끝낸 신임 이 교육부총리를 만나 대학 교육 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 자리에는 서남수 대학지원국장과 김 홍진 공보관 등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대학 총장을 세 번이나 역임하고 대학 교수로 활동한 기간도 적지 않아 교육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전문가로 통하는데 부총리에 취임한 소감은?
"원래 교육 분야는 본인의 전문 영역이므로 우선 본연의 포지션을 찾아왔다는 생각이다. 그간 교육정책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져 밖에서는 비판도 많이 해 왔지만 안에서 직접 실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대해 책임감을 깊이 느낀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데 임기 중에 꼭 해야 할 것과 그간의 정책을 평가하면?
"교육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새로운 정책을 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그간의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지난 4년간을 돌아보면 여러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특히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지원을 해 왔다. 우선 대학 연구력 증진을 위한 두뇌한국 21 사업이나 대학의 자율화 특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으며, 올해에는 특히 국립대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칭)'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오는 6월쯤 국회에 제출하고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일을 마무리 하는데에만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큰 개혁은 어렵지만 반드시 고쳐야 할 것, 실천해야 할 것, 다음 정권에서도 해야할 기초 작업은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공교육 내실화를 통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며, 임기 중 대학 자율성을 좀 더 확대하고 대학 발전을 위한 재정적, 법률적 기반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겠다."
-.대학 자율의 기본은 정원 자율로부터 시작되는데 아직도 일부 대학 총장들은 여전히 정부가 정원을 통제해 사회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학 정원 제한은 현재 세 가지에 국한된다. 우선 수도권 정비법에 따라 수도권 소재 대학들에 대한 증원을 제한하는 것이 첫째이고, 국립대학의 경우 예산이나 교원의 수요 등 교육여건을 감안해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의료 관련 인력이나 교원 정원은 바로 자격과도 관련이 되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도 거쳐야 하는 만큼 제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교육여건만 갖추면 정원 증원이나 신설도 가능하도록 자율화 되어있는 상태다. 다만 교육 여건이 법정 요건에 미달하거나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은 아직도 이런 문제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대학에 무조건 정원을 늘려주거나 수도권에 학생이 무작정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기는 어렵다"
-.대학 자율을 논할 때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재정의 자율인데 연세대학처럼 기여입학제 도입을 허용해 달라는 대학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학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기여입학제는 대학 자율에 앞서 우선 국민에 대한 교육의 평등성이나 기회 균등의 시각에서 살펴보아야 하며 이른바 일류대학 지향의 국민적 기대나 계층간 위화감을 우려하는 언론의 시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정책을 추진할 때는 전체 교육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하는데 그나마 이른바 일류 대학은 기여입학제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지방이나 후발대학은 또 다른 서열화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우려한다. 교육 체제 전반의 안정을 위해서도 기여입학제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 방침이다"
-.대학가에 교수노조가 생기면서 합법화 요구나 정치 세력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교육부 입장은?
"대학가에 교수협의회가 결성되고 대학 행정이나 의사결정에 대한 감독, 감시 기능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교수노조, 특히 전문 집단의 노조 활동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교수들에게 단결권을 주기도 하지만 참여하는 비율은 적다. 특히 계약임용제나 연봉제 등은 법으로 정해져 이미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만큼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통과된 법률에 위배되므로 교수들이 자제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단지 학문의 자유나 신분 보장을 위해 교수들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대학 발전 과정상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형식이 아니라 미국의 AAUP처럼 신분상 침해나 처우개선을 위해 소송을 대리하고 법률 지원을 벌이거나 대학간, 직종간 임금 비교표 등을 제시해 정부나 대학에 관심을 촉구하는 노력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전임 장관 때 확정됐지만 외국대학의 분교나 대학원 시범 유치 방안에 대한 견해는.
"WTO 체제 속에 교육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국내에 외국 대학이 자체적으로 분교를 설립해서 성공하기는 어려우며 일본도 과거 64개의 외국 대학이 들어왔지만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단지 우리 고등교육체제상 선진 학문을 도입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학문적 영향을 주고 받으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분야는, 예를 들면 대학원 분야에서 경영학 과정(MBA)이나 IT, BT, NT 등 국가 전략분야를 중심으로 기존의 대학과 공동 프로그램이나 공동 학위제를 운영할 경우 서로 도움이 되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학생들의 이공계 지원 기피 현상에 대한 견해와 대책은?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는 원인은 우선 국민들의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인문숭상 노작천시'의 가치관이 그것이다. 학생들이 과학 교육에 대한 흥미를 못 느끼거나 입시 제도상 교차지원을 허용하면서 발생한 원인도 있다. 이밖에 이공계 분야 종사자는 의사나 다른 전문직 종사자보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보상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생각을 바로 잡으려면 사회구조나 체제에서 오는 불이익을 먼저 해결하려는 범 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선 교육부는 이공계 분야의 중요성과 미래의 직업세계에 대한 변화상을 알려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교차 지원도 대학과 협의해 허용 범위 제한 등을 권장할 생각이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과학기술 교육을 잘해 흥미를 붙이게 하고, 대학이나 정부 출연기관 대덕단지 등에서 운영하는 '과학 교실'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는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장학금 혜택이나 해외 유학생 파견 확대, 대통령상 제정 등을 통해 동기를 부여할 계획이다"
-.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공교육 부실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같은 원인이 입시 제도상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는데.
"공교육이 국민으로부터 크게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입시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육은 대학진학뿐만 아니라 예체능이나 취미 활동 등 다양한 인성교육과 전인교육까지 담당해야 하는 만큼 입시 위주의 학원 교육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입시제도는 앞으로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을 잘 받은 학생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도록 대학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전형방법이나 제도를 개선해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 일부에서는 입학전형을 완전히 대학에 일임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학입시를 대학에 완전히 맡겨야 한다는 발상은 '낭만적 자유주의' 시각이다. 시험 방식이나 전형 과정 전체를 대학에 완전히 맡기면 우선 천차만별의 전형 방식에 따라 당장 고등학교 현장은 물론 대학에서도 커다란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도 GEC나 바칼로리아, 아비투루, SAT가 있어 기본 틀은 정부가 세워줌으로써 변별력을 확보하는데, 대부분의 대학이 이런 틀을 따르는 것은 그만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일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보내고 싶은 영역과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키워야 할 분야가 서로 다를 수 있는만큼 국가적 요구와 사회적 필요를 절충시켜 조화를 이루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 마지막으로 교육부총리의 교육 철학이나 소신은 무엇인지 한 말씀.
"우선 임기 중에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에서 교육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이 기본 의지이지만 학생들의 적성과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회 발전 측면에서는 사회 변화와 산업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회 균등 차원에서 국민 모두에게 교육의 형평성을 제공하되 특수 재능을 보유하거나 사회 변혁을 이끌만한 인재들도 발굴할 수 있는 수월성 있는 교육정책을 펴는데도 모든 지혜를 모아 노력할 것이다" 【정리=이일형 취재 팀장】
<이상주 교육부총리 약력>
▲ 경북 상주(65세)
▲ 서울대 사대 교육행정(심리) 학사(석사)
▲ 미 피츠버그대 교육행정 박사
▲ 서울대 사대 부교수
▲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 강원대, 울산대, 한림대 총장
▲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 대통령 비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