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협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김정배 총장 연임 저지 투쟁에 돌입했고 직원노조와 총학생회도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정작 총장 선임 권한을 가진 재단이 김 총장의 연임 결정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
사건의 발단은 교협이 총장 선거에서 1, 2위로 선출한 이필상· 이기수 교수를 재단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3일 김정배 현 총장을 연임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교협은 지난 10일 이필상 교수를 총장 당선자로 공고하는 한편 비대위를 구성, 김 총장 연임저지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
비대위는 이번 사태가 ‘그간의 전례와 교수사회의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7일 “재단이 본연의 의무인 재정 확충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전통을 외면하고 김 총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교풍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반면 재단 측은 총장 선임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으로 김 총장 연임은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교협 직선 후보들도 재단 총추위에 등록, 소견발표를 했고 총장 선임은 이사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면서 이제와서 교협 총장 후보를 뽑지 않았다고 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양측이 내세우는 명분 이면에 내포된 기세 싸움과 총장 후보에 대한 자질을 보는 시각이 상호 대립돼 있다는데 있다.
교협은 교협대로 다른 사립대에 비해 그동안 대학 운영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은 고려대 재단이 사실상
교수들의 고유 권한으로 인식돼온 1순위 후보자 총장 선출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기득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 견디기 힘든 근본 이유.
교수들이 재단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비대위가 “총장 연임으로 인해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 시에는 재단 이사진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 타깃을 분명히 한 것도 이번 사태가 자칫하면 교협의 존립 근거마저 위협당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고려대 재단은 표면상으로는 교협이 추천한 후보들의 자격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안하면서도 학교 발전과 자질 측면에서는 적당한 인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학교 발전 방향에 대한 시각차가 크거나 표절 시비에 휘말린 인사를 총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분명 탐탁치 않았으리라는 재단 주변 인사들의 지적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오는 2005년 개교 1백주년을 맞아 지난 2000년부터 진행 중인 1백주년 기념사업을 연결선상에서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김 총장을 연임시킨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지난 1일 폐렴으로 입원, 투병중인 김 총장이 고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백주년 기념사업이 2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서 해왔던 사람이 계속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해 재임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것도 재단의 의중을 짐작하게 한다.
때문에 학내외에서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앞으로 재단 운영과 교협의 존립근거가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려대 한 관계자는 “사태 해결의 공은 재단으로 넘어간 상태로 여론의 향배에 따라 수습책의 수위가 정해지지 않겠느냐”면서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대학이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학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