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10일 논란이 일고 있는 사학법 개정 방향에 대해 “당정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0월 정기국회에서 우리당 단일안으로 상정, 처리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그러나 지난 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들의 사학법 개정 방향에 대해 “공공성, 자율성, 투명성을 보장한 법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로간 대화를 통해 미진한 점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혀 결론을 유보했다.
정부가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우리당 당사 앞에서 공익이사제 도입과 교직원 임면권 학교장 부여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할 것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사학법인도 지난 8일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주관으로 세미나를 가진데 이어 오는 17일 도심에서 사학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정부 여당에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열린 우리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가진 ‘사립학교법 개정 어떻게 볼 것인가 ’ 주제의 토론회는 논란을 좁히기보다는 각 단체 입장차를 상기시키는 자리여서 갈길 먼 사학법 개정 행보에 그늘을 드리웠다.
정부와 여야 의원은 물론 이해관계가 다른 교권단체와 사학법인관계자가 대거 참석, 긴장감 속에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조배숙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사랍학교법은 지난 63년 제정된 이래 다양한 사회변화와 시대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기본 틀이 그대로 유지돼왔다”며 “사학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리고 말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임재홍 영남대 교수(법학)는 "교육공동체가 아닌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교장이나 교원을 임면하는 것은 교육 자주성을 규정한 헌법이념에 반하는 것"이라며 "교원임면권은 학교장에 귀속시키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그러나 교직원 임면 주체와 교육자치 등 핵심 현안에 대해 당정은 물론 여야간, 교수단체와 법인간 입장차만 확인한 체 끝나 우리당이 마련한 개정안의 입법 수순을 밟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열린 우리당 교육위 소속 최재성 의원은 “사학법 개정의 기본은 비리를 사전 예방하는 게 목적”이라며 △학교 이사회 권한 분산과 학교자치 강화, △이사회 운영 투명화와 족벌체제 극복 방안 마련, △비리 연루자의 학교복직 제한 기간 강화 등 열린 우리당의 사학법 개정 기본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립대교수협의회 연합회 김성수 회장은 더 나아가 "사학발전의 큰 걸림돌은 인사권과 회계.재정권, 규칙제정권 등 전권을 행사하는 이사회의 권한 독점"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이 추천하는 이사들이 참여하는 공익이사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사립중고등학교회 김윤수 회장은 “법인의 교원임면권은 건학이념을 지키기 위한 사학 자유의 핵심”이라며 “학교 자치나 교육자치 문제도 구성원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권희태 이사는 나아가 “사립학교는 설립과 경영주체가 국가가 아닌 개인”이라며 “열린우리당과 일부 편향된 교직단체에 의해 전개되는 사학법안이 가결된다면 교육을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정책상 최악수가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드러난 이날 논의는 정부측 대표격인 교육부 최진명 사학지원과장이 “양측 주장이 모두 아전인수식 접근 방식”이라며 “바른 개혁의 방향은 공공성과 자율성, 투명성 모두를 균형있게 감안해 입법화하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결국 이날 토론은 열린 우리당의 유기홍 의원이 “찬반은 있지만 사학법 개정에는 공감하는 만큼 어떤 방향의 개정안을 낼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로 마무리됐지만 10월로 예정된 정기국회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