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배보다는 성장, 개혁보다는 안정 선택
설문 분석 결과, 그간의 <대학생 의식조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뜻밖의 결과가 일부 문항에서 도출됐다. 물론 몇몇 문항의 결과만 놓고 전체 대학 사회의 성향을 판가름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문항의 결과가 갖는 파급력은 가볍게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대학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혹은 상징하는 하나의 명확한 ‘팩트’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구조로 ‘부유층 대 빈민층’의 문제를 지적했다. 10여 년 간 같은 결과다.
하지만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경제적 성장’에 표가 쏠렸다. ‘정치적 안정’을 바라는 응답이 연이어 2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3년 간 당면 현안 1순위로 한결같이 거론됐던 ‘빈부 격차 해소’는 두 계단 내려앉았다.
물론 ‘세간의 체감경기’로부터 대학생 역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은 다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그간 성장 위주의 경제 구조가 빈부 간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 온 것임 상기할 때 ‘선 경제 성장’ 주문은 뜻밖이다. 적어도 대학가 안에서는 그렇다.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 구조에 대한 자신들의 진단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웠던 것이 ‘성장’보다는 ‘분배’였다는 점, 이러한 참여정부를 세대 간 갈등양상으로까지 비춰질 정도로 적극 지지했던 것이 대학가였다는 점 등등을 곱씹을 때 더더욱 그러하다.
- 대학생 보수화 신호탄인가?
결정적으로, 인물 선호도 정치인 부문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제치고 1위에 오른 ‘파란’과 놓고 보면 대학가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상당히 개방적인 것으로 매년 조사됐던 성의식에서도 일어났다. 10년 전 혼전 성관계의 가능 여부를 묻는 설문에서 대학생 열에 일곱 이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2002년에는 문항에 ‘동거’라는 용어가 추가됐음에도 그 결과는 동일했다. 올해 역시 가능하다는 응답이 우세를 보였다.
이채로운 점은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 수가 다소 하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설문에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57.1%를 기록했을 때, 설문 분석자는 70%대에서 50%대로의 ‘하락’이라 보지 않았다. 그저 예년과 다름없이 ‘과반수 이상’을 넘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다르다. 그 하락세가 ‘절반 이하’인 46.1%까지 이어진 것이다. 수치상의 변화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 담론이 가장 왕성했던 곳이 대학가였음을 주지할 때 결코 간과할 수만은 없는 변화 추이다.
- 대학 교육 만족도 큰데 비해 정책 불신은 여전
한편 올해 역시 예년과 같거나 거의 다름이 없는 결과가 문항의 다수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는 정치인이 지목됐다. 10년 간 부동의 1위다. 또 신뢰하는 집단으로는 시민단체가 뽑혔다. 여가시간은 영화관에서 보내며 책은 한 달에 1~2권 정도.
학생들은 교과과정과 전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표시했다. 대학 입학 이유가 취업인 만큼 대학이 다양한 고급 인력 양성에 보다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는 주문 또한 빼놓지 않았다. 직업 선택의 기준은 적성과 능력이며 ‘안정적’인 국공영기업에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려보겠다고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인 시각을 압도해 교육당국의 변화를 갈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