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예산 배분의 우선 순위 조정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비 분담 비중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대학 재정 확보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 교부금법 재정과 관련해서는 기획예산처가 법안에 반대의사를 밝혀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같은 지적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원탁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정부와 대학간 시각차를 반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교육 평등주의 이념,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새 통제 수단
이날 ‘대학의 재정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박영식 회장은 “문민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오면서 평등주의가 대학의 자율 경쟁과 활성화,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90년대까지는 군부 통제로 대학 자율조차 논할 수 없었지만 90년대 이후에는 평등주의 이념이 통제를 가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염재호 기획예산처장은 “대학이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넘어오면서 정부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는 평준화 정책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인적자원의 효율성이 낮은 상태에서 이를 풀지 않으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염처장은 “최근 논란이 된 고교 등급제도 고려 대학에서는 통계학적으로 고교 자료를 활용한 것이 전부였는데 빈부격차 이데올로기 확대 재생산을 통해 여론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몰고 간 느낌”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이번 일로 인해 학생정원이나 특성화 재정 지원 등 정부 지원 자금까지 패널티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염처장은 “교육부가 정말 제대로 된 대학정책을 펴려면 초중등교육은 지방자치에 넘기고 집중해야 한다”며 “규제개혁 회의에 참석해 보니 정부로부터 가해지는 규제 종류가 78개에 이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지도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안 받을테니 간섭도 말라"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도 “교육부는 대학에 완전자율권을 주겠다고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고교등급제 문제만 하더라도 교육부가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총장은 특히 “오히려 우리는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차제에 정부 지원은 한 푼도 안 받을테니 최소한의 윤리적인 규제 외에는 일체 간여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민간에서 보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학교 자체의 고유 권한인데 이런 문제를 가지고 교육부가 왜 조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학에 과감한 자율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또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산 배분의 우선 순위 조정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비 분담 비중 강화도 지적돼 주목됐다.
고등교육 예산 비중 강화, 사립대 세제 혜택도 요구
박영식 회장은 “교육재정이 GDP 대비 4.9%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며, 고등교육재정은 이 중 0.44%에 불과해 OECD 평균 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을 재정해 교육재정을 6%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등교육 재정은 적어도 GDO 대비 1% 수준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박 회장은 특히 “국립대처럼 사립대에도 세재 혜택을 해줘야 한다”며 “교육부는 특히 대학에 대해 좀더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며, 각종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극범 대전대 총장은 “지방대학은 생존이 심각하다”며 “그간 일반지원을 해주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꿔 거둬들이고 경쟁을 붙여 나눠주는데 균형발전도 좋지만 지속적인 인재육성 차원에서는 일반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황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우선 등록금이 자율화돼야 하며. 교과과정이나 정원, 산학협력 등 모든 분야가 지역사회와 기업 수요에 맞는 방향으로 대학이 선택하도록 완전 자율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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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무는 그러나 “대학도 이제까지는 안주해왔지만 자체 구조조정이나 평가시스템, 지배구조 등을 기업에 준하도록 투명하게 운영해야 하며 글로벌 마케팅과 스텐더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신뢰확보도 중요, 지역사회 활동 나서야
김영식 교육부 차관은 이에대해 “대학에 돈이 많이 가야 한다는데는 동감하지만 실현 가능성 있는 예산의 파이를 어느 정도 키울 수 있느냐가 고민”이라며 “올해 예산 26조원 가운데 22조가 지방에 내려가고 4조가 채 되지 않는 예산으로 우선 순위를 정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차관은 그러나 “정부 재정지원 못지않게 교육비 부담 주체들의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며 “예를 들면 표준교육비에 근거해 등록금 부담률을 계열별로 차등 적용하거나 대학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성인학부를 만들어 재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 노력을 통해 재원 마련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김차관은 “대학에 돈이 안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는 ‘신뢰확보’와도 연관이 있는데, 특히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지역사회와 담을 쌓고 교류를 하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라며 “교수들은 특히 지역사회에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벌여 신뢰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이현청 사무총장은 “기업도 대학에 무엇을 주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 기업의 투자가 정부 재정지원보다 높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무총장은 “대학의 예산구조나 등록금 체제도 바뀌어야 하며, 자율화 하지 않으면 시장 원리를 도입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대학은 민간기업과는 많이 다르고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한 만큼 민간기업의 구조개혁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배분 분담 필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재정은 반대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은 “해결책은 정부 교육 재정을 단순히 GDP 대비 몇퍼센트로 상향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보다 재원 분배 문제”라며 “선진국은 지방정부가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교육재정에 투자하는 데 반해 우리는 중앙정부가 교육 비용의 거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별로 상관없다는 인식을 하는데도 있다”고 말했다.
변차관은 그러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재정과 관련 “대학도 정부가 돈만 대고 경영은 알아서 한다는 또 다른 평등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찬성하기 어렵다”고 밝혀,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