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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를 보면 대학이 재정의 풍족함을 누렸던 시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은 그 자체로는 소비조직이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의 속성이 변하고 있다. 중세와 근대의 대학은 지식 보존에 주력해 왔지만 현대의 대학은 지식 창출 기관이 되고 있다. 생산조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조직으로서 대학의 주 수입원은 등록금과 기부금이었으나 생산조직으로서 현대의 대학은 정부지원금이 커다란 수입원이 되고 있다. 미국 대학이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은 아직 등록금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매년 등록금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우리 대학도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WTO의 출범으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중단되고, IMF 경제위기 이후 기존의 경제․산업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정부 각 부처는 대학을 통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창업 촉진 등에 투자를 확대하게 되었다.
국민의 정부에서 연구개발투자는 종전보다 2배 늘어난 5조원까지 확대되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BK21 사업, 기초학문육성사업, 전문대학 육성 사업 등으로 대학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였다. 참여정부는 대학을 통한 지역산업발전과 지역혁신을 이룩하기 위해 각 부처로 하여금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하고 있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설치하였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통제중심, 예산집행 위주의 정부지원을 성과와 효율성 중심으로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축이 되어 범정부적으로 2002년 2월 『산학연 협력 활성화 종합방안』을 마련하였고, 여기에서 제시된 방안을 제도화한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이 2003년 7월 1일 시행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첫째, 자금사용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담보하기 위해 대학에 산학협력단과 산학협력회계를 두게 하고, 정부의 모든 재정지원은 산학협력단의 수입으로 계상하게 한다.
둘째, 정부는 가능한 한 지원사업의 목적만 정하고 자금의 용도와 구체적 사용방법 등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
셋째, 교수와 대학, 직원의 창의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지원에 의한 성과물이나 지적재산권을 산학협력단이 소유하게 하고, 그 이익을 교수, 대학 및 직원이 누릴 수 있게 한다.
넷째, 정부지원 사업 참여가 대학의 재정확충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간접경비 인정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해 나가고 대응투자는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한다.이는 대학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어, 이제 대학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학은 이러한 정책전환에 다음과 같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대학 본부의 관료주의와 교수나 사업단위별 폐쇄성을 극복하고 서비스와 협력의 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 연구자의 연구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갖추어야 하며, 자금사용에 있어 중복과 낭비가 없도록 공동 사용, 공동 활용을 높여 가야 한다.
둘째, 자금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공정한 성과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계기준과 운영시스템을 마련하고 원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다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른 투자를 하여야 한다. 학과별, 교수별, 연구영역별로 특성화해야 한다.
넷째, 이익창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지원사업이 요구하는 결과물을 내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학교기업 제도 등을 활용하여 학교 스스로 사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대학간, 연구자간 협력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경쟁을 강조하다가 비밀주의에 빠져 대학의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켜 버린 일이 많았다. 서로 협력해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지원은 계속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자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대학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 자율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과 창조적 에너지를 대학 스스로 동원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부 또한 대학의 창조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지원정책을 수립․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