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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수난 시대
현직 총장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거나 법정 구속되는가 하면

구성원들의 불신임으로 도중 하차하거나 중간 평가에 직면하는 등 대학

총장들의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의 대학가 모습은 특히 과거처럼 일부 분규 대학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을 비롯 전국 주요 대학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총장 위기 시대'를 실감케 한다.

올 들어 총장 거취와 중간평가 등을 놓고 문제가 외부로 불거진 대학만도

20여개.

덕성여대와 아주대, 한세대 등은 교원 재임용 문제로 촉발된 학내 분규가

장기화되면서 총장이 사퇴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교육부 감사까지

이어졌고, 서울대와 인하대, 부산대, 건국대, 조선대 등은 교수들에 의해

총장 중간 평가가 실시됐거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대학들이다.

숭실대나, 성신여대, 계명대, 한동대 등은 학내 문제가 법원까지 넘어가

고소 고발이 잇따르거나 판결이 내려지고 급기야는 총장이 법정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파행적인 학사 운영이나 세력

갈등으로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대학들까지 포함하면 문제없는 대학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운 실정. 지성을 자처하는 상아탑의 명칭이 부끄러울

정도다.

대학 설립 목적이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문제의 원인은 대체로 절차나

상식, 합의과정을 무시하고 진행돼 온 기존 관행과 새로운 상식 사이에서

오는 마찰에서 비롯된다. 비민주적 사립학교법에 기인한 뿌리깊은 족벌

사학의 전횡이나 간섭에서부터 이를 방어하려는 신·구 세력간 갈등,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한 교수회의 맞대응과 구성원 합의를

강조하는 학생들 목소리까지 겹치면서 우리 대학은 이레저레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경쟁과 개혁 논리를 앞세워 재정의 차등 지원과 배분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이 맞물리면서 대학간, 학문간, 이해당사자간에 서로 제몫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경우에 따라 이기적 경향을 띄거나

세력화되면서 대학 총장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에서 총장들이 제

목소리를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세계 각 국이 저마다 우수 두뇌

확보와 연구력 향상에 매진하고, 질 높은 교육개혁을 완수하려 혈안이

되어 있는 이 때 국내 대학은 아직도 구성원간 대립이 계속되고 갈등이

불거져 이전투구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교육적

손실은 없을 것이다.

구성원들의 불신임 대상이 되고 지도력을 상실한 대학 총장들의 고민과

방황이 비단 자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인기에 영합하고 사안에 따라 눈치보기나 무대응으로 자리보전에

연연한다면 더 이상 시대가 요구하는 총장이기는 어렵다. 문제가 반복되고

갈등이 증폭되는 한, 사회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절망'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일형 기자 (news@unn.net) | 입력 : 01-06-04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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