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적발되면서 대학가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인사 비리
척결을 위한 근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교육부가 지난 16일 밝힌 10개 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 교수재임용 심사를
불투명하게 하거나 자격 미달자를 교수로 채용하는 등 대부분 대학에서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 특히 재단과 교권단체간 대립 속에 장기간 학내
분규를 겪어온 덕성여대나 한세대의 경우 이사장이나 전 현직 총장이
무더기 징계를 받는 등 위법, 부당 사례가 도를 넘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감사는 교육부가 지난 5월 21일부터 한달간 덕성여대, 한세대 등
민원이 제기된 대학은 물론 부산대, 경상대, 아주대, 건국대, 건양대,
대불대, 동양대, 천안대 등 10개 대학의 교원임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로, 적발된 위법 사실만도 63건에 이르고 전·현직 총장 3명이
징계를 받는 등 2백73명에 대해 징계 등의 신분상 조치가 취해졌다.
특히 대학분규가 지속되는 덕성여대와 한세대에는 분규해소대책이 요구됐으며, 무자격자를 교수로 임용한 대학에 대해서는 면직처분 등 17건의 행정 조치가 내려졌다.
교육부 이영찬 감사관은 "이번 감사 결과 나온 지적 사례를 감사를 실시하지 않는 다른 대학에도 전파해 유사 사례를 예방하거나 시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교원인사법령 개정을 통해 교수임용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권단체는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감사를 실시한데 대해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인사 비리 척결을 위한 납득할만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덕성여대 공투위(김영규 상임공동의장 외 3명)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박 이사장에게 학내분규 해소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관선이사 파견과 사립학교법 개정 등
정부의 근본 대책 수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 분석)적발된 교원 인사 비리 유형도 갖가지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 사회 자정 기능 회복 시급
교육부가 지난 16일 밝힌 감사 결과는 10개 대학에 대한 제한적 감사였음에도 불구, 적발되지 않은 대학이 없을만큼 교원 임용을 둘러싼 비리가 대학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드러난 비리 유형도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비리 유형 :올해 1월 박원국 이사장 복귀 후 심각한 학내분규를 겪고
있는 덕성여대는 결격사유가 없는 교원이 탈락되고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교원이 임용되는 등 교원 재임용과 관련된 난맥상이 어느 대학보다 심각하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덕성여대는 14건이 적발돼 박 이사장 등 34명이 무더기 경고 처분을 받고 19명이 주의 조치를 받는 등 인사 조치도 월등한 실정.
한세대는 결격사유가 없는 교원을 재임용에 탈락시키는가 하면 무인가
목회대학원을 설치해 지난 5년간 1천여명에게 학위를 수여하고 31억원의
등록금을 받아 교비로 사용했으며 교사 건축을 이유로 공사비를 과다
지급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러 5억1천7백만원의 자금이 회수되고, 총장 등
관련자 5명이 중징계 됐다. 손동수 전 총장은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한세대는 또 전임교원의 임용기간을 부교수 6년, 조교수, 4년, 전임강사
2년 등으로 정관에 명시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매년 재계약하는 횡포를
부렸다.
이밖에도 천안대, 건양대, 아주대, 건국대 등에서는 자격 미달자를 교수로
채용하는가 하면 대불대, 동양대 등은 교원 임용과 관련해 이사회
회의록을 한번도 아니고 5∼7회 허위로 작성했으며 아주대는 교원인사를
놓고 추후 심의하는 등의 편법 사례도 적발됐다.
부산대는 지난 3년간 뚜렷한 이유없이 적임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공고한 교원의 임용을 보류했으며, 건국대는 면접심사까지 통과해 합격한
자를 이유없이 임용하지 않았고, 천안대는 임용 예정자를 지원한 학과에서
선발하지 않고 다른 학과에 임용하는 편법을 저질렀다.
▶원인과 대책 : 이처럼 유형도 다양한 인사 비리가 실제 대학 현장에서
성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교원 임용의 절대 권한을 재단으로 표현되는
학교법인의 소수 인사가 쥐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에서 찾을 수 있다.
교권이 확립되고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대학의 경우는 그나마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힘의 균형이 절대적으로 한쪽에 모이다 보니 공정성이나 투명성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제도적 모순을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사회에 뿌리깊은 파벌과 인맥도 비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내 사람
쓰기와 남의 사람밀어내기는 공고를 내고도 적임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몇 년 동안 채용하지 않는 웃지 못할 사태를 연출하고 있는 현실.
오죽하면 교육부가 이런 대학에 대해 교원 정원 수요를 아예 회수하겠다는 발상을 하도록 만들었겠느냐는 것이 교육계 일각의 시각.
대학 사회의 도덕적 헤이는 교수 임용 절차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로 조작하거나 추후 심의한 것으로 꾸며 구색을
맞추려는 행위, 더 나아가 정부 동의나 인가마저 없는 초법적 행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대학을 경영하는 데 이르러서는 학교법인 설립자 또는
책임자들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이는 도덕적 책무와 양심에 비춰볼 때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대학
자율이란 명목과 한정된 교육부 감사 인력 등의 행정상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탈법 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결과제지만 대학 최고
책임자 그룹은 물론 차제에 교수 사회에서조차 광범위한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그런 의미에서 유의미하며 대학 사회에서
되새겨 볼 경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