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렀다. 기름통 마개를 열던 주유소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리둥절하는 나에게 선생님 저를 모르시겠느냐며 모자를 벗는다.
"많이 본 기억은 있는데" 했더니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의 2학년 학생이라고 했다. 나도 그제서야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며 장갑을 끼고 기름 넣던 여학생 이마에 땀이 흐르는걸 닦아 주었다.
주유소를 돌아 나오며 웬지 학생모습을 다시 보고 또 돌아보았다. 대학생들의 가장 고민거리가 학비조달과 학점관리라고 여러 학생들이 말한다.
가정에 여유있는 학생들은 학비조달의 걱정없이 배낭여행도 떠나고 단기 어학연수도 떠난다. 그러나 많
은 학생들은 부모님의 짐을 덜어 드리겠다고 땀흘려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찾아 고생을 체험한다.
다 똑같은 젊은이인데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 하겠는가?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느 시인은 오래전 자식이 대학입시에 떨어지니까, 아들 둘과, 딸 하나, 그리고 자기 부인과 함께 집과 가재를 세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시인의 가족을 까맣게 잊고 있는데 얼마전에 서울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듣자하니 대학에 떨어졌던 아이가 서른이 훨씬 넘었는데 그 아들 장가를 들이려 왔다는 것이다.
소식을 듣고서도 얄미운 생각이 들어 결혼식에 참석치 않았다. 그사람은 LA에서 한푼벌이도 못하며 서울에서 세를 받아다가 미국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알고보면 이런 얌체족이 어떻게 시를 쓰는가 배신감 마저 들었다. 아들과 딸을 무슨 학교인지는 몰라도 대학을 모두 졸업시켰다고 자랑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아들 둘을 어느 정치인처럼 의도적으로 병역의무를 피해나갔다는 것이다.
문학을 한다는 아버지나 그 아들들이 한심스럽기만 했다.
한편으로 등록금조달이 어려워 휴학을 자진해서 하고 군에 입대하는 학생들을 보게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대견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이제 길었던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항시 사회엔 빈부의 차등이 심하듯이 대학생들 모두가 넉넉하고 여유있는 것은 아니다.
잘 산다고 인간성마저 상실한 메마른 냉정함보다는 함께 공존하는 여유와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인생을 지닌 그런 대학인들이 날로 늘어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무덥고 짜증스러운 삼복의 여름날에 자기 자신에 충실하는 젊은이가 좋은 경험을 기반으로 내일을
개척하고자 힘든 일, 어려운 일을 가리지 않고, 주유소에서 일하던 학생의얼굴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대학생활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두드리는 자에게는 문이 열리고 노력하는 자들에는 귀중한 체험의 보람을 얻게 해준다.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의 농촌 일을 도와주던 지난날이 새로워지며 8월로 달려가는 마음이 조급해진다.